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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부 “응답 많이 한 학교에 폭력 예방 예산 더 줄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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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정부가 올 2월 6일 학교폭력 범정부 종합대책을 발표한 지 두 달여가 지났으나 학교 현장에선 대책이 겉돌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황식 국무총리는 대책 발표를 하면서 “학교폭력을 좌시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이번에 못 고치면 앞으로도 못 고친다는 심정으로 끈질기게 챙겨나갈 각오”라고 말했다. 대책의 주요 골자는 학교와 교사의 책임·권한 강화였다. 복수담임제 도입, 가해 학생 처벌 강화, 체육수업 확대가 도입됐다.

 하지만 70일이 지난 16일 경북 영주에서 폭력에 시달리던 한 중학생이 목숨을 끊었다. 이 학교에선 정부 발표대로 복수담임제를 시행 중이었다. 하지만 자살한 학생의 두 담임 모두 해당 학생이 ‘자살 고위험군 학생’으로 분류돼 있음을 알지 못했다. 형식적으로만 시행됐지 내실이 없었던 것이다.

 교육 현장에선 “정부가 서둘러 정책을 발표해 정책의 필요성과 효과에 대해 학교를 설득하는 작업이 부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는 23일에야 전국 교장 1만1000여 명에 대한 연수를 하기로 한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하지만 정부는 “교장과 학교의 역할이 중요한데 여전히 학교들이 학교폭력 대처에 소극적이다”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정부가 전국 1만1363개 학교를 대상으로 실시한 전수조사 결과를 공개한 것도 이 같은 인식에서다. 교과부 관계자는 “학교가 외부 시선을 의식해서라도 폭력에 대처하게 하려 했던 취지”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조사에서 피해 사실을 응답한 학생이 많은 학교들을 중점으로 ‘생활지도 특별지원학교’를 선정할 계획이다. 선정된 학교에는 여타 학교보다 많은 예산을 배정해 전문 상담인력을 갖추게 하고, 교사들에게 학교폭력 예방 교육을 지원하게 된다. 다만 이들 학교에 대한 선정 사실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다고 한다. 교과부는 이번과 같은 전수조사를 매년 3, 4월과 8, 9월 정례화하고 응답률을 높이기 위해 온라인 설문으로 바꿀 예정이다. 문재현 마을공동체교육연구소 소장은 “학교폭력이 심한 학교를 정부가 선별하기보다는 모든 학교에서 폭력이 심각하다는 전제하에 학교별 맞춤형 대책을 지원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미국·일본에서도 학교폭력 실태 조사를 주기적으로 실시해 그 결과를 외부에 공개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학교별 맞춤형 조사를 병행해 학교별 처방책을 내고 있다. 설문조사 내용도 더 포괄적이다. 일본 교토는 학교폭력에 대한 인식 외에도 가정환경, 교우관계, 고민 등을 함께 파악한다. 담임교사의 개별 학생 상담도 월 1회로 자주 한다. 염려스러운 학생에 대해선 학교장 승인을 받아 교사들이 가정방문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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