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리포트] 투자 전문가 말이라도 꼼꼼히 따지는 게 좋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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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얼마 전 어느 증권회사 한 임원이 증시전망을 잘못했다고 좌천당한 일이 뉴스가 된 적이 있다. 그는 올해 증권시장을 침체 국면으로 분석했는데 지수가 1000포인트를 넘어서는 호황 장세로 바뀌자 회사는 신뢰를 떨어뜨렸다며 이 같은 조치를 취했다고 한다. 이를 두고 세간에는 "너무 냉혹한 처사가 아니냐"는 동정론이 있는가 하면 "전문가들의 책임의식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당연한 일"이라는 강경론도 나왔다. 이번 일은 '맞으면 좋고 틀려도 그만'이라는 일부 시장 분석가들의 행태에 대한 경종임에는 틀림없다.

부동산 시장은 어떤가. 오히려 증시보다 더 비과학적이라는 지적이 많다. 증시 전문가들은 곧바로 자기의 판단 결과가 나타나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지만 부동산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야 투자의 승패가 판가름나는 구조여서 그만큼 구속이 덜한 편이다. 물론 구체적인 데이터를 토대로 만든 경제연구소 시장 분석가들의 자료는 상당히 과학적이고 합리적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개인 전문가들의 분석은 근거가 명확하지 않아 답답한 경우가 적지 않다.

우선 최근에 나온 '판교 아파트값이 서울 강남을 능가할 것'이라는 전망을 보자. 분석의 근거는 "강남을 지탱해 온 교육 수요가 사라져 압구정동에서 대치.도곡동으로 이어 온 신흥 부촌이 앞으로 판교를 거쳐 전원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충분히 그럴 수도 있다. 게다가 믿고 싶지 않은 사람은 무시해도 상관없는 말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분석은 판교시장을 불 질러 주변 집값.땅값을 부추길 우려가 많다는 데 문제가 있다. 가뜩이나 비싼 집값.땅값이 다시 뛰면 임대료와 임금 등이 상승해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줄 게 뻔하다.

서울공항 이전 얘기도 그렇다. 열린우리당 김한길 의원의 공항 이전 발언이 나온 뒤 부동산가에 말들이 무성하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이전 계획이 없다고 발표했지만 일부에서는 "서울공항이 이전될 수밖에 없다"며 부동산 시장을 자극하고 있다. 이런 사례를 들자면 한이 없다.

이 같은 검증되지 않은 분석이 나온다 해도 그 내용에 대한 옳고 그름의 판단은 다 투자자들의 몫이다. 문제는 언론에 자주 등장한 전문가의 말이라면 앞뒤 안 가리고 믿는 수요자들이 많다는 점이다. 이들의 조언으로 투자에 성공한 사람도 있겠지만 상승 장세에서의 투자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이들의 도움이 없더라도 거의 돈을 벌게 돼 있다.

분명한 것은 부동산 시장에도 작전 세력이 있다는 점이다. 바람을 잡아 가격을 올려놓고 빠지는 이들의 전략에 걸려들었다 낭패 본 투자자들이 많다는 사실도 기억해 둘 일이다. 검증되지 않은 전망자료들의 이면에 이런 불순한 의도가 담겨 있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최영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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