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몰 주무른 해커 … 단돈 9000원으로 900만원어치 쇼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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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해커 이모(21)씨는 지난해 초 주위 사람들에게 “외국계 유명 IT회사 개발팀장에 취직했다”고 자랑했다. 이씨의 씀씀이는 그 무렵부터 커졌다. 수입 스포츠카인 BMW M1을 장기 리스해 몰고 다녔고, 자주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그러나 이씨의 수입원은 월급이 아닌 해킹이었다.

 그는 인터넷 쇼핑몰이 결제대행사를 통해 결제된 금액과 실제의 물품가격을 비교하지 않는 점을 노렸다. 해킹프로그램을 이용해 물품가격을 마음대로 조작했다. 900만원짜리 상품도 단돈 9000원에 살 수 있었다. 이런 방법으로 지난해 1월부터 이달 초까지 중소 쇼핑몰 25곳에서 521회에 걸쳐 2억7000만원의 상품을 헐값에 샀다. 모바일 상품권 1억9000만원어치를 정가의 10% 가격에 산 뒤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현금으로 바꿨다. 자동차 경주에 빠져 튜닝용품 4200만원어치도 값싸게 구입했다. 이씨의 범행은 피해 쇼핑몰 한 곳이 입금액수가 틀린 것을 확인해 결제대행사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들통이 났다.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18일 이씨를 컴퓨터 사용 사기 등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 관계자는 “해킹 툴만 있으면 누구나 해킹이 가능할 정도로 인터넷 쇼핑몰의 보안이 허술했다”고 말했다.

하선영 기자

◆결제대행사(Payment Gateway)=카드사와 인터넷 쇼핑몰 중간에서 신용카드 결제·지불을 대행하는 업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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