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몸싸움 방지법’만으론 국회폭력 못 막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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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임기를 한 달여 남긴 18대 국회가 오는 24일 ‘몸싸움 방지법’이라는 국회법 개정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다수당의 직권상정 요건을 제한하고, 야당이 합법적으로 반대를 표명하는 의사진행 방해(filibuster) 발언제를 도입하며, 질서를 파괴하는 의원들은 징계한다는 게 핵심이다. 이런 노력은 의미가 있으나 현실적으로는 실효성이 의문이다.

 그동안 다수당이 의안을 직권상정하면 소수 야당은 단상 점거, 농성, 몸싸움 같은 극단적인 방법을 구사하곤 했다. 격돌의 소재는 대개 예산안이나 미디어법 같은 쟁점 법안이었다. 특히 예산안은 여야 충돌로 인해 법정시한(12월 2일)을 넘기기 일쑤였다. 개정안은 이를 막기 위해 예산안은 11월 30일까지 자동 상정되도록 했다.

 하지만 상정되더라도 반대세력이 물리력을 동원하면 파행은 불가피하다. 개정안은 질서문란행위를 하는 의원들을 징계하도록 했다. 3개월 출석정지나 수당삭감 등이다. 그러나 이 정도는 미흡하다. 미디어법 충돌 때 민주당 의원 3인이 사퇴서를 냈다. ‘사퇴’를 거는 마당에 출석정지가 효력이 있을까. 그리고 야당의원 전원이 단상을 점거하면 그들 모두의 출석을 정지시킨단 말인가. 더구나 징계안은 본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반대 당이 의사진행 방해 발언을 활용하면 징계절차는 벽에 부닥친다.

 결국 국회폭력은 의원들의 의식과 엄정한 법 집행으로 막아야 한다. 우선 필리버스터는 여야 모두에게 부담이 되므로 그 전에 여야는 최대한 합의에 노력해야 한다. 합의에 실패할 경우 반대세력은 필리버스터라는 합법적인 반대투쟁을 벌이면 된다. 이런 모든 절차를 거쳤는데도 자행되는 폭력에 대해선 고발과 기소가 이뤄져야 한다. 지난해 예산안 통과 때 당시 민노당(현 통합진보당) 김선동 의원이 최루탄을 터뜨렸다. 그는 이번에 다시 당선됐지만 사법적으로는 기소되어 있다.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몸싸움 방지법’은 폭력투성이 18대 국회가 19대에 전해주는 불완전한 선물이다. 이를 완전하게 만들 수 있는 건 결국 의원들의 의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