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의 아이들’ 기다려지는 올림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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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43·사진) 감독이 이끄는 런던올림픽 남자축구 대표팀이 사상 첫 메달을 목표로 축구화 끈을 동여맨다. 주축 선수 대부분이 “충분히 도전해 볼 만하다”며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고, 대한체육회와 대한축구협회도 메달 획득 기대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걸어온 발자취가 경쾌했던 까닭에 팬들의 주목도 역시 무척 높다.

‘홍명보의 아이들’은 1989년생들이 주축이다. 지난 2009년 이집트에서 열린 20세 이하 월드컵을 시작으로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과 런던올림픽 지역예선(2011~2012년) 등을 거치며 차근차근 성장했다.

‘간판’이라고 부를 선수는 없다. 홍 감독은 이름값과 몸값을 배제하고 철저히 경기력과 팀 기여도만으로 선수단을 꾸려왔다. 선수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나도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뿌리내렸다. 20세 이하 월드컵에서는 구자철(23·아우크스부르크)과 김민우(23·사간 도스)가 깜짝 스타가 됐다.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김보경(23·세레소 오사카) 조영철(23·오미야 아르디자)이 주목받았다. 런던올림픽 지역예선에서는 지동원(21·선덜랜드) 홍정호(23·제주) 등이 도드라졌다. 홍 감독은 “런던에서는 또 어떤 선수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을지 모른다. 나 또한 기대하고 있다”며 건전한 경쟁 구도에 만족감을 나타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대표팀이 사상 첫 메달을 노리고 있다. 왼쪽부터 와일드카드로 출전할 것이 예상되는 박주영과 구자철·김민우·김보경·지동원.

대표팀 성장곡선은 홍 감독의 지도력 곡선과 궤를 같이 한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교차했다. 2009년 20세 이하 월드컵에서는 8강에 올랐으나 1년 뒤 치른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위기 대처 능력에 문제점을 드러냈다. 런던올림픽 예선 기간 중에는 A대표팀과의 선수 차출 갈등이 불거져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실패 경험이 적잖았으나 홍 감독은 결과를 인정하고 그 속에서 배울 점을 찾았다. 선수들과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누며 교감하는 한편 이론 공부에도 많은 시간을 쏟았다. 지난 3년간의 경험을 토대로 홍 감독은 ‘솔선수범’, ‘신뢰’, 그리고 ‘소통’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홍명보의 아이들’이 항상 마음 속에 새긴 덕목들이기도 하다.

본선 무대에서는 세계 수준의 팀들과 격돌하는 만큼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 다행히도 ‘보강재’는 충분하다. 유럽 진출 이후 한동안 팀을 떠나 있었던 지동원과 구자철을 다시 불러들일 수 있다. A대표팀 자원으로 분류되는 기성용(23·셀틱)과 손흥민(21·함부르크) 등도 출전이 가능한 연령대의 선수들이다. 메달권에 진입하면 병역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선수 자신과 소속팀 모두 합류 요청을 거부할 이유가 없다. 본선에서는 와일드카드(23세 초과 선수)도 3명까지 활용 가능하다.

선수단 구성의 급격한 변화는 자칫 팀워크를 깨뜨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유럽파와 와일드카드를 모두 발탁할 경우 주전급 멤버들 중 절반가량이 새 얼굴로 바뀐다. 기존 선수들이 느낄 상대적 박탈감이 경기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이와 관련해 홍 감독은 “유럽파와 와일드카드 대상자 모두 기존 선수들과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 선발할 것이다. 조직력을 해치는 선수는 아무리 잘해도 안 뽑는다”고 강조했다.

송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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