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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이 경쟁력이다] 가구당 4억 매출 "나무에 돈 걸렸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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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 옥천 이원묘목 시장을 찾은 사람들이 묘목을 살펴보고 있다. 양광삼 기자

3월에 대목을 맞는 농민들이 있다. 충북 옥천군 이원면에서 묘목을 생산하는 농민들이다. 이들은 식목철에 연간 소득의 70% 이상을 벌어 들인다. 특히 생산과 유통을 같이 하는 종자업 등록자들로 구성된 옥천이원묘목영농조합법인 회원들은 가구당 연평균 4억~5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등 점차 기업형으로 커 가고 있다. 규모도 전국최대의 묘목시장으로 자리잡으면서 전국에서 묘목을 사러 이곳으로 몰린다.재배 농가의 소득도 논농사에 비해 3~4배, 과수원보다 2배 가량 높다.

◆ '묘목의 메카' 이원 땅= 21일 오후 묘목상이 밀집한 옥천군 이원면 대흥리의 '묘목거리'. 평일인데도 길가에 늘어선 수십 곳의 농원마다 전국각지에서 묘목을 사러 온 사람들로 종일 북적거렸다. 가게 옆 소규모 임시 묘포장을 갖춘 이곳 농원 사람들은 가격흥정에 나무관리 요령을 전하랴,전화 받으랴 정신없이 하루를 보냈다. 이들에겐 적어도 4월 초순까지 이런 날이 계속될 것이다.

이곳은 묘목농사의 발상지나 다름없다. 1930년 복숭아 묘목을 생산하면서 시작됐다. 옥천지역은 잔뿌리가 뻗기 좋은 사질 토양에다 알맞은 기후조건 등 묘목 재배의 최적지로 꼽힌다. 일반적으로 남부에서 자란 묘목은 추위에 약하고 북부에서는 묘목 생장이 더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주민들은 자식들에게 가업으로 재배기술을 물려줬고 재배면적은 꾸준히 늘어갔다. 현재 묘목생산 농가는 400여호로 면 전체의 20%가량 된다. 작년엔 126㏊에서 100여 종 1200만 그루가 생산됐다. 이는 전국 묘목시장의 50%로 조경수를 제외하고 과수만 따지면 60%가 넘는다.

◆ 묘목에서 꿈을 딴다=이곳이 전국적 생산단지로 발돋움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농민들이 파종부터 엄격한 품질관리와 품종개량에 정성을 쏟은 덕분이다. 묘목재배는 병충해 관리와 퇴비주기가 관건이나 정성 없이는 고품질 달성이 쉽지 않다. 육안으로 묘목의 품질과 품종을 선별하는 능력을 기르는 데도 노력해야 한다.

어려서부터 접붙이기(접목)를 어깨너머로 배웠던 양묘업 후계자들은 대부분 묘목 생산과 함께 과수원을 경영하면서 접목기술과 품종별 특성 등을 꼼꼼히 익혔다.

그 중 상당수가 묘목판매업을 할 수 있는 종자관리사 자격증을 따고 일부는 독자적인 과수품종 개발에 성공했다. 접목을 거듭하면서 변이종의 우수 형질을 고정시키는 방법을 통해서다.

예를 들어 복숭아의 경우 재래종 '까투니'의 씨앗을 뿌려 키운 묘목(1~2년생)에, 한 나무에서도 알이 굵게 열린 가지만을 잘라다가 접붙이기를 계속하는데 적어도 7년은 걸린다.

이렇게 신품종개발에 성공,육종가로서 대접받는 농민은 10여 명에 이른다. 강길웅(66)씨는 3년 전 '이대감'이라는 감을 선보여 대박을 터뜨렸다. 김철기(49)씨도 작년에 종래 것보다 20%이상 크면서 덜 무르고 당도가 높은 것을 개발해 신품종으로 등록했다.이런 농민들 중에는 연간 2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사람도 있다.

◆ 묘목은 옥천의 미래=인구 5300여명의 이원면에는 젊은이들이 다른 면지역보다 많다. 20,30대가 적어 청년회 조직을 못하거나 있더라도 활동이 미약한 농촌지역이 허다한데 41명으로 구성된 이곳 청년회는 왕성하게 활동한다.

정영상 부회장은 "'미래가 보이는' 묘목농사 덕에 이농이 그만큼 적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특히 95년 출범한 이원과수묘목협회의 후신으로 2년 전 법인전환한 이원묘목영농조합법인(대표 김철기)은 지역 경제를 끌어가는 견인차다.1999년부터 해마다 조합주관의 묘목축제가 열리면서 이원 묘목은 더욱 명성이 높아졌다.

이를 통해 형성되는 묘목시장 규모는 연간 120억원.올해는 150억원을 예상한다.그러다보니 연관 업종도 덩달아 호황이다. 면에 굴착기 기사가 30여명에 이르고 식당은 65개, 다방은 5개가 영업 중이다. 또 우수묘목을 이용한 친환경 복숭아작목반도 성가를 날리고 있다.

옥천군도 묘목특산지로서의 집중 육성키 위해 정보화 기반을 지원하고 묘목유통센터를 지어줬다.군 농업기술센터는 올부터 1년 과정으로 '묘목대학'을 운영한다.오는 31일 개강 예정인 묘목대학은 매주 4시간씩 강의해 판매업 진출을 위한 종자관리사 자격증 취득을 돕는다.

옥천=안남영 기자 <any@joongang.co.kr>
사진=양광삼 기자 <yks233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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