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경제 전망 갈수록 ‘컴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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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한국 경제의 올해 전망이 갈수록 어두워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16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5%로 낮췄다. 한은의 올해 성장률 예상치는 지난해 4월 4.8%에서 7월 4.6%, 12월 3.7%로 계속 낮아져 왔다. 이번에 수정 발표한 3.5%는 지난해 성장률(3.6%)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분야별로 뜯어봐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한은은 올해 상품수출 증가율이 지난해 말 예상치(5%)보다도 낮은 4.8%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증가율(10.5%)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글로벌 경기침체 속에서 그나마 한국 경제를 떠받쳐온 수출이 올해는 힘을 쓰기 어렵다는 뜻이다.

 내수도 우울하다. 한은은 올해 민간소비 증가율이 지난해 말 예상치(3.2%)보다 떨어진 2.8%에 머물 것으로 봤다. 900조원을 넘어선 가계 빚과 치솟는 전·월세값 때문에 소비자가 지갑을 열기 어렵다는 것이다.

 국제유가도 불안 요소다. 한은은 지난해 12월 올해 연평균 원유 도입단가를 배럴당 102달러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번엔 16% 비싼 배럴당 118달러로 전망했다. “이란 핵 문제 등 정치불안에 따른 생산 차질이 점차 해소되더라도 신흥국의 석유 수요 증가와 풍부한 세계 자금 흐름 때문에 고유가가 지속될 것”이라고 한은은 설명했다.

 더 걱정인 것은 올해 성장률이 한은의 예상을 뛰어넘을 가능성보다 밑돌 가능성이 더 크다는 점이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으로 10개 주요 해외 투자은행이 내놓은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3.3%로 한은 예상치보다 0.2%포인트 낮았다. 아시아개발은행(ADB)도 최근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9월 전망한 4.3%에서 3.4%로 끌어내렸다.

 그나마 다행인 건 올해 취업자 수가 35만 명 늘어나 기존 전망치(28만 명)에 비해 증가 폭이 커질 것으로 예상됐다는 점이다. 소비자물가도 연평균 3.2% 올라 지난해 12월 전망(3.3%)보다 상승률이 소폭 낮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무상 급식·보육 등 정책 효과로 물가가 연중 0.4%포인트 내려갈 요인이 생겼지만 고유가가 대부분을 까먹었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경상수지 흑자는 기존 전망(130억 달러)에 비해 약간 늘어난 145억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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