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틱하면서 코믹하게 … 이거 쉽지 않더군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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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박희순은 ‘간기남’에 함께 출연한 박시연에 대해 “여우 탈을 쓴 곰 같은 배우”라고 했다. 그만큼 소탈하다는 얘기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배우 박희순(42)은 “대표작에 목 마르다”고 했다.

대학로 12년을 거쳐 충무로에 입성한 지 10년째다. 박희순 하면 즉각 떠오르는 작품이 적다는 지적에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센’ 거 한 방은 없지만 그는 ‘세븐데이즈’(2007) 이후 작품마다 자신의 존재를 꾸준히 증명해왔다. 고종(‘가비’), 검사(‘의뢰인’), 조폭(‘가족’) 등 뭐를 맡겨도 감독들이 안심하는 배우다.

 박희순이 ‘간기남’(간통을 기다리는 남자·11일 개봉)에서 능글능글한 간통전문형사로 변신했다.

불륜 현장을 덮치러 갔다가 의문의 살인사건에 휘말려 용의자로 몰리는 형사 선우 역이다. 누명을 벗으려고 고군분투하지만, 남편을 잃은 수진(박시연)의 치명적 유혹이 그의 목을 죄어온다. 영화는 개봉 4일 만에 30만 관객을 돌파했다.

 - ‘가비’ 이후 커피 맛이 쓰지 않나.

 “쓰긴 쓰다. (웃음) 그렇게 실패할 줄 몰랐다. 젊은 세대의 감각을 못 쫓아간 것 같다. 커피 향기(‘가비’)에 이어 여인의 향기(‘간기남’)가 나를 몽롱하게 만들었다.”

 - 전작의 카리스마는 간데 없고, 능청스런 연기와 애드립이 작렬했다.

 “사실 ‘간기남’은 죽도 밥도 안될 뻔한 영화다. 스릴러와 코미디의 접목이 어디 쉬운 일인가. 수진과 에로틱 스릴러를, 동료형사들과 코미디를 찍어야 했다. 유머를 넣고, 애드립도 치면서 영화의 허점을 메워나갔다. 감독과도 처음 맞붙었다.”

 - 정사신이 객석을 후끈 달아오르게 했다.

 “빗속의 키스신은 서로 잡아먹을 듯 달려든 흡입신이었다. (웃음) 장례식장 정사신은 촬영 며칠 전 대본을 받았는데 너무 적나라했다. 시연에게 예민한 부분이어서 촬영이 중단될 뻔도 했다. 시연의 입장을 배려해주고, 감독과 의견조율하고 그런 게 모두 내 몫이었다. 영화를 본 우리 엄마도 ‘너무 야하다’고 하시더라.”

 - 선우가 왜 수진에게 빠져드는지 설명이 부족한 것 같다.

 “선우의 불행한 가족사, 그 때문에 수진에 연민을 갖게 되는 부분이 편집됐다. 코미디를 훼손하게 될까 봐 그런 것 같다. 오락영화이기에 내가 손해 봐도 그렇게 가자고 했다.”

 - 이 영화와 자신을 연결한다면.

 “내 안의 해학적인 면을 많이 끌어올린 영화다. 연극할 때부터 코미디가 내 18번이라 생각했다. ‘이런 가정부계의 타짜’ 같은 운율감 있는 애드립은 연극 경험에서 나온 거다.”

 - 대표작이 나올 때가 됐다.

 “지금까지는 다른 배우가 하기 힘든 역할을 하며, 스펙트럼 넓은 배우가 되려 했다. 이제는 모험보다 안정적인 자리를 찾고 싶다. 흥행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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