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절전 프로세서 '크루소' 찬밥

중앙일보

입력

초절전형 프로세서로 컴퓨터칩 업계에 돌풍을 일으켰던 '크루소'가 최근 수난을 당하고 있다.

일본 최대의 PC업체인 NEC와 소니는 크루소 프로세서를 탑재한 노트북 PC를 리콜한다고 잇달아 발표했다. 이번 리콜은 크루소 'TM5600'의 동작 주파수 6백㎒ 모델 일부의 작동 불량이 원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니는 지난달 30일 크로소가 내장된 '바이오C1', '바이오G1' 시리즈 제품 가운데 1만3천대를,NEC는 29일 '라뷔MX', '라뷔G' 시리즈 제품 가운데 2백80여대를 리콜한다고 밝혔다.

NEC는 이들 제품을 전량 새 제품으로 교환해줄 방침이다. 이 회사는 칩 제조공정 상의 결함으로 운용체계(OS)의 재설치가 어려워지고 있다고 밝혔다.

NEC·소니와 같은 크루소칩을 탑재한 노트북 PC를 공급하고 있는 히다치는 아직 불량제품이 발견되지 않았으며, 후지스는 이번에 문제를 일으킨 것과는 다른 533㎒ 크루소를 탑재하고 있다.

올초 미국의 신생 벤처기업인 트랜스메타에서 개발해 내놓은 크루소칩은 데이터 처리 속도가 더 빠르면서도 전력 소모량은 기존 칩의 10분의 1 밖에 안돼 올 연말 최대의 인기제품으로 기대를 모아왔으나 이번 리콜 사태로 수요 확대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나스닥 시장에 등록된 트랜스메타의 주가는 지난달 29일 18% 폭락한 데 이어 30일에도 5%가 더 빠졌다.

크루소칩은 출시 6개월 만에 미국·일본 등의 주요 PC업체에 납품되는등 큰 인기를 끌면서 다른 칩 제조업체들을 긴장 속으로 몰아넣은 바 있다.

이에 따라 슈퍼칩 개발경쟁이 불붙어 인텔은 지난 8월 저전력소모 설계시스템을 채택한 'X스케일'칩을 공개한 바 있고, 하드웨어 사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MS)도 최근 '솔로2'라는 암호명으로 신형 칩을 개발중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