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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어디까지, 얼마 만큼 작아질까

중앙일보

입력

기술 진보의 결과 가운에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소형화다. 요즘에 나오는 CPU, 마이크로칩, 메모리모듈 등 어떤 것을 봐도 신제품은 항상 그 이전 버전보다 작게 나온다. 나무는 나이테로 나이를 알 수 있지만 요즘에 나오는 제품은 크기로 나이를 알 수 있다. 즉, 크기가 작을수록 출시된 지 얼마 안됐다는 것.

이번 달 라스베이거스에서 있었던 2000 추계 컴덱스 크리스탈 볼을 살펴보면 주목을 받은 제품들은 모두 크기가 작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노트북, 카메라, 전자 제품 등의 크기를 살펴보면 작년에 비해 엄청나게 줄어들었다. 따라서 단지 크기가 줄어든 것만 가지고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엔 역부족이었다.

라디오에 곡명 알림 기능까지?

컴덱스에서 선보인 제품 중 가장 멋졌던 것은 소니의 e마커 EMK-01이다. 이 제품은 마치 보석처럼 작고 깜찍했다.

e마커에는 언제든지 라디오에서 나오는 음악이 어떤 곡인지를 알려 주는 기능이 있다. 아마 여러분들은 교통 체증 때, 좋은 음악을 듣고 기뻐하다가 DJ가 노래 제목을 말해주지 않아 화가 난 경험이 있을 것이다.

e마커는 열쇠고리에 달고 다닐 수 있을 정도로 작은 정사각형 모양이다. 라디오를 듣다가 좋아하는 노래가 나오면 e마커에 있는 단추를 누르면 노래가 자동으로 저장된다.

집이나 사무실에 도착하면 e마커에 부착된 USB 커넥터에 저장된 노래를 다시 들을 수 있다. 그리고 PC의 USB에 연결하면 e마커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에 하루종일 단추를 누르면서 저장된 노래의 가수와 제목 목록을 볼 수 있다.

e마커에는 단추를 누른 시간과 노래를 내보낸 라디오 방송국까지 저장하는 기능이 있다. 단추를 누른 시점에 선호하는 라디오 방송국을 세 개까지 저장해 노래 제목과 가수 이름을 알려준다. 그래도 들은 노래가 확실치 않으면 ''바이(buy)''라는 단추를 누르면 즉시 그 노래를 구입할 수 있다.

MP3 매니아

MP3 플레이어 또한 컴덱스 쇼에서 조명을 받은 제품 중에 하나다. 삼성은 MP3 모델을 가장 많이 내놓아 각광을 받았다.

삼성은 MP3 플레이어 모델을 8개나 내놓았다. MP3 기능이 있는 전화기, 2인치 칼라 TFT LCD이 있는 MP3 플레이어는 JPEG 화면까지 제공한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카시오는 딕 트래시(Dick Tracy)로부터 MP3 플레이 기능과 사진 기능이 있는 WQV-1과 심지어는 GPS 리시버에 장착된 것까지 포함하는 미래의 시계를 내보였다. 후지 필름은 아직 개발되지 않은 시장을 겨냥해 MP3 기능이 있는 작은 디지털 카메라인 파인픽스 40i(FinePix 40i)를 선보였다.

지금까지 제시한 것으로는 놀라지 않을 자만심으로 가득 찬 모바일 기술자가 있다면 에릭슨이 내놓은 블루투스 기반의 펜을 소개하면 그도 어쩔수 없이 놀라게 될 것이다. 에릭슨 기술자는 데모에서 챗펜(Chatpen)으로 블루투스 PC 카드에 설치된 노트북에 나타나는 이미지를 톡톡 치면서 캐리커처를 하는 것으로 시연해 보였다.

이 펜은 인터넷상에서 블루투스 모바일 폰을 통해 e-메일을 쓰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 이 펜은 SMS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 보다 훨씬 놀라운 수준이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아직도 혼란스럽지 않다면 모바일 폰 모듈을 PDA에 첨가시키는 팜과 바이저(Visor)에 주변 기기와 확장 장비까지 생각해보자. 또는 디지털 카메라를 포함하는 메모리 스틱 장비들에 대한 장황한 설명들은 또 어떤가. 아니면 제품명 아이모듈, 팜픽스(EyeModule, PalmPix)인 팜 카메라나 바이저 MP3 플레이어도 있다. 또는 시계 팜도 있고 팜 전화기도 있으며, 아니 잠깐, 전화기 팜도 있다.

기술을 위한 기술은 사람을 짜증나게 한다. 사실, 필자는 이미 짜증이 났다. 앞에서 열거한 회사들이 리서치와 개발을 하는 데 있어서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은 모바일 기술을 구획 짓는 것이다. 이것이 잘 이뤄지면 생산을 매우 빠르게 해내는 것이 가능해지고 따라서 시장 출시도 훨씬 빨라질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 모든 아이템들이 격자로 정리되고 기능별로 정리될 날을 기다린다. 그렇지 않으면 USB 2.0나 800 Mbps 파이어와이어나 GHz 와이어리스까지 나오게 될 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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