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국제금융위기 가능성 상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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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의 각종 경제지표가 경기의 하강국면진입을 나타내고 이에 따른 세계경제의 침체가 우려되고 있는 가운데 금융부문에서 가시화되고 있는 유동성 압박 등으로 세계적인 금융위기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미국에서는 고수익 회사채의 가산금리가 지난 98년의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 위기 때보다 높고 나스닥 주가가 연중 최고치에 비해 40% 이상 하락했다고 지적했다.

아르헨티나가 국가부도를 피하기 위해 애쓰고 있고 아시아의 신흥시장국들은 정치위기와 고유가, 미국의 첨단제품 수요 감소로 타격받고 있고 부채문제가 새로운 악화국면을 맞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와 함께 전세계에 걸쳐 이동통신 업체들은 인수와 제3세대 이동통신사업권 입찰 등으로 과도한 부채를 안게 됐으며 투자은행들은 미국에 금융경색이 일어날 것인지에 대한 장문의 보고서들을 쏟아내고 있다고 신문은 우려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세계적인 금융위기의 전조가 나타나고 있는가라고 자문한 뒤 그 위험성이 상승하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올들어 은행여신이나 기채 기준이 강화됐으며 특히 지나친 확장에 나선 이동통신업체들이나 인터넷에 위협받고 있는 구(舊)경제 기업들이 그 대상이 되고 있고 중소기업들에도 자본시장의 문이 닫혀 있다고 신문은 지적하고 미국기업에 대한 은행여신 증가율 둔화는 수요 감소를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기술분야의 재고조정의 결과만은 아니라고 신문은 말하고 부품부족과 임금상승으로 미국내 첨단기술 자본재와 소프트웨어의 가격이 10년만에 처음 오름세를 보이고 있으며 이는 수요를 억제하고 기업인수도 둔화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같은 상황은 지난 98년 러시아 국채가 부도를 내고 이어 LTCM 사태가 빚어졌던 때와는 사뭇 다른 것으로 당시는 과도한 여신이 문제였으나 오늘날에는 대규모 헤지펀드들이 자본시장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고 다른 나라로의 전염 조짐도 없다고 신문은 지적하고 회사채의 가산금리가 높아지는 것은 시장을 형성하려는 투자자들이 거의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전통적인 형태의 신용긴축이 진행되고 있다고 신문은 말했다.

신문은 아직 신용경색은 가시화되지 않고 있지만 신용감소, 자산가치 하락, 주가약세 등 걱정스러운 현상들이 한꺼번에 어우러져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장기간의 호황으로 미국의 은행권과 기업은 적정치보다 많은 여신과 차입금을 보유하고 있을 것이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융위기가 발생했을 때 구조에 나설 것인지 시험해볼 기회가 곧 올지도 모른다고 신문은 말했다. (런던=연합뉴스) 김창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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