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급 자격증 5개 딴 이기형씨의 한자공부 비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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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자녀의 아빠인 이기형(40)씨는 ‘한자마니아’다. 한국어문회를 비롯한 5대 국가공인기관의 한자 1급 급수증을 획득했다. 전국한자교육추진총연합회의 지도위원도 맡고 있다. 2006년엔 가족과 함께 중국북경으로 유학을 떠나 북경 어언대학에서 ‘한·중 양국 상용한자 비교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을 정도로 한자에 관심이 많다. 이씨는 “한자는 우리말 어휘의 70%를 차지한다”며 “한자 공부가 곧 교과서 공부의 첫 걸음”이라고 말했다.

생활 속 어휘 만나면 사전 찾아봐야

 한자는 생활 속에서 자주 익힐수록 학습효과가 높아진다. 반복학습이 필요한 과목이기 때문이다. 이씨는 “급수별로 구성된 한자 책받침을 갖고 다니면서 학교 쉬는 시간에 수시로 반복해 읽을 것”을 권장했다. 기억력을 오래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부방 벽에 대형 한자 브로마이드를 붙여두고 소리 내서 자주 읽는 습관도 기억을 유지시키는 데 효과가 있다. 단어마다 한자가 함께 표기된 국어 사전을 구입하는 것도 좋다. 이씨는 “교과서나 실생활 어휘 중 모르는 것이 나오면 반드시 사전을 찾아보라”고 조언했다. 가족과 자신의 이름이나 간단한 생활 속 어휘는 한자로 쓸 수 있도록 자주 연습하면 낯선 한자가 친숙하게 다가온다. “생소한 단어도 한자로 풀어서 이해하면 그 뜻을 쉽고 오래 기억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구체적인 목표를 갖고 공부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한자 공부에 대한 동기 부여가 없으면 중도에 포기하거나 흐지부지 되기 쉽다. 연령대에 적절한 급수시험에 응시하는 목표를 세우면 장기간 꾸준히 공부하는 동기가 된다. 이씨는 “미취학 유아는 7급(150자), 초등 3학년은 5급(500자)을 목표로 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교과서에 어려운 어휘가 많이 등장하는 초등 고학년은 4급(1000자)에 도전해볼 것”을 권했다. 급수시험을 준비할 때는 도전할 급수시험에서 출제하는 한자를 꼼꼼히 공부한 뒤 모의고사 문제를 풀어본다. 자신이 자주 틀리는 문제 유형과 모르는 한자가 무엇인지도 알고 있어야 실수를 줄일 수 있다. 이씨는 “무조건 암기하기보다 글자의 원리(자원, 字源)를 통해 글자를 이해하는데 중점을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배운 글자는 반드시 관련 어휘와 연결해서 기억하고 넘어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아기엔 그림으로 글자 연상 학습

 연령대별로 한자 공부하는 방식도 다양하다. 미취학 유아는 그림을 통한 글자 연상학습으로 시작하면 흥미를 유발할 수 있다. 쓰기 보다는 읽기 위주로 공부한다. 손모양의 그림(손 수, 手)과 눈 모양의 그림(눈 목, 目)을 더해 무언가를 살펴보는 그림(볼 간, 看)을 그려보는 식이다. 한자 스티커로 책에 붙이거나, 한자가 등장하는 팝업 북과 낱말카드를 활용해도 좋다.

 이씨는 “유아의 한자학습은 필기구 선택이 중요하다”며 “굵게 써지는 4B연필이나 색연필을 사용하라”고 조언했다. 초등 저학년은 그림을 통한 글자 연상학습으로 차츰 어려운 글자를 익혀본다. 이전에 배운 글자와 오늘 배운 글자를 활용해 새로운 어휘를 익히면 호기심을 자극해 학습 참여도가 향상된다. 샤프보다 굵게 써지는 연필로 글자를 크게 써 본다. 정확한 필순에 맞춰 글자를 쓰는 연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초등 고학년은 부수(部首)를 본격적으로 익힌다. 부수를 먼저 공부한 뒤 한자를 익히고 마지막에 한자어를 공부하는 식이다. 국어나 사회 교과서에 나오는 문장 속에서 한자 어휘를 찾아 써보는 것도 학습 효과를 높여준다. 이씨는 “초등 6학년의 과목별 교과서를 살펴보면 한 문장에 8개가 넘는 한자 어휘가 등장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휴화산(休火山)과 활화산(活火山) 등 과학 용어들도 한자로 익히면 과학원리를 쉽게 이해하도록 도와준다”고 당부했다.

<이지은 기자 ichthys@joongang.co.kr 일러스트="박소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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