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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주·이수만·잡스, 이들만 통하는 네 가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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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SM엔터테인먼트 창업주 이수만(60) 프로듀서는 예술에 기술을 입혀 엔터테인먼트의 새 영역을 개척한 인물로 꼽힌다. 대중가수를 배출·관리하는 혁신적인 시스템을 선보였고, ‘한류’ 현상도 만들어냈다. 이 회장은 대표적인 테크플러스형 최고경영자(CEO)다. 테크플러스(TECH+)는 기술(Technology)·경제(Economy)·문화(Culture)·인간(Human)의 영문 머리글자를 딴 조어로, 인문과 과학기술의 융합을 뜻한다. 그는 디지털음원 시장을 적극 활용하고 유튜브를 통해 K팝 문화를 세계로 퍼뜨렸다(기술). 그 결과 SM엔터테인먼트는 코스닥 시가총액 10위권 기업으로 자리매김했고, 그 자신도 부를 쌓았다(경제). 세계 주요 도시에서 콘서트를 열고 한류를 널리 알리는 데 성공했다(문화). 장기계약 논란도 있지만, 잠재력 있는 인재에 투자하고 글로벌 마인드와 도전의식을 심어준 것도 그다(인간).

 오늘날 세상을 변화시킨 상품이나 서비스는 단순히 기술 발전에 의해 탄생한 것이 아니다. 애플 창업주 스티브 잡스가 이를 실증했다. 그는 기술은 기본이고, 스토리와 인간적인 감성이 스며있어야 감동을 주는 세계 최고 제품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제이 엘리엇 애플 전 수석부사장은 지난해 테크플러스 포럼에서 “미래 소비자들이 원하는 부분이 무엇인지 꿰뚫는 혁신적 통찰력과 소비자를 새로운 디지털 정보의 세계로 이끄는 창의적인 제품 개발 능력이 CEO의 역할”이라고 평가했다.

 컴퓨터 바이러스를 치료하는 백신 프로그램을 개발해 국내 벤처 신화를 만든 안랩 창업주 안철수, 온라인게임으로 한류를 일으킨 넥슨의 김정주 회장도 테크플러스형 CEO로 꼽힌다. 배종태 KAIST 교수는 “생산의 시대는 가고 기술융합의 시대가 열렸다”며 “오늘날의 리더는 자기 고유의 영역에 예술·인문가적 자질을 더해 종합적인 분석을 통해 남과 차별화되는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테크플러스형 인재는 T자형, A자형, 파이(∏)자형, 대(大)자형 인재로 분류할 수 있다. 일본 자동차회사 도요타가 제시한 T자형 인재는 보편적인 교양(T자의 가로선)과 한 분야의 전문성(T자의 세로선)을 겸비한 사람을 말한다. A자형 인재는 다른 분야의 전문지식을 갖춘 사람들을 한데 묶는(가로선) 역할을 한다. 파이(∏)자형 인재는 두 개 분야 이상의 전문지식과 이를 통합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경우를 말한다. 대(大)자형은 두 분야 이상의 전문지식을 가지면서 소통 역량과 이를 결합한 목표·비전까지 갖춘 인재를 말한다.

 테크플러스형 리더가 이끄는 조직은 어떤 모습일까. 세계적 베스트셀러 경영서 『디테일의 힘』의 저자인 왕중추 디테일컨설팅연구소 대표는 “문화를 통해 경영하는 문치(文治)가 가장 효율적인 기업경영시스템”이라고 말했다. 그는 “능력 있는 CEO가 이끄는 인치(人治)의 단계와 법률 또는 제도를 통해 기업을 경영하는 법치(法治)의 단계를 거쳐, 구성원들이 공감하는 일치된 기업문화에 따라 자동으로 조직이 굴러가는 단계에 도달해야 안팎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무리 없이 대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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