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 신입사원 손편지 쓰게 하는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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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SNS의 단문(短文)이 최고가 아니다. 장문의 손편지를 직접 써 봐라.”

 올해 초 현대백화점에 입사한 70명의 신입사원들은 요즘 익숙하지 않은 장문의 손편지를 쓰느라 애를 먹고 있다. 이달 하순까지 이어지는 교육기간에 매일 한두 시간씩 편지 쓰는 시간을 주지만 일과를 마친 뒤 밤새 쓰고 고치는 걸 반복하는 신입사원도 적지 않다. 이는 최고경영진이 강의를 한 뒤 궁금한 점이나 건의 사항 등을 담은 장문의 손편지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또 10주간의 교육 중 유통 관련 전문서적이나 교양도서를 읽고 독후감을 서너 차례 써야 하는데, 이때도 반드시 자필로 써 내도록 하고 있다.

편지나 독후감 모두 A4 용지로 두 장 이상을 빼곡히 채워야 한다. 컴퓨터를 이용해 워드프로세서로 쳐서 작성한 편지나 독후감은 아예 받지 않는다. 이 회사 김경호 인재개발원장(상무)은 “단문이나 가벼운 글에만 익숙한 신입사원이 많아 손으로 직접 쓰면서 자기 생각을 깊이 정리하고 논리도 점검해 보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요즘 신입사원들은 짧은 문장으로 의견을 교환하는 온라인 소통에는 능하지만 정작 오프라인 소통능력은 떨어진다고 한다. 김 원장은 “최근 몇 년간 뽑은 젊은 직원들이 고객이나 상사와 부딪치면 쉽게 상처 받고 사표를 내거나 보직 이동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 미리 깊은 사고와 인내를 몸에 익히도록 이런 과정을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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