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증 유발 유전자 발견

중앙일보

입력

자폐증(自閉症)을 유발하는 변이유전자가 마침내 발견됐다.

미국 로체스터대학 자폐증연구실장 패트리셔 로디어 박사는 의학전문지 ''기형학(畸形學)'' 12월호에 발표한 연구보고서에서 태아의 초기 뇌발육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HOXA-1유전자가 변이를 일으키면 자폐증이 발생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말했다.

로디어 박사는 57명의 자폐증 아이를 대상으로 실시한 유전자검사에서 40%가 변이된 HOXA-1유전자를 갖고 있었으며 이 변이유전자를 부모중 한쪽에서만 받아도 자폐증이 유발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로디어 박사는 이 자폐증 아이들 가운데 부모로부터 모두 변이유전자를 받은 경우는 오직 한명 뿐이었다고 밝히고 이런 태아는 대개 출생전에 죽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 변이유전자를 갖고 있는 부모는 어째서 자폐증이 발생하지 않은 것인가? 로디어 박사는 이 부모들은 실제로 아주 미약한 자폐증세를 나타내고 있다고 밝히고 이는 그 어떤 다른 유전자가 이 자폐증관련 유전자의 활동을 견제하기 때문으로 추측된다고 밝혔다.

HOXA-1유전자는 이 그룹에 속하는 유전자들이 다른 유전자를 열고 닫는 기능을 갖고있기 때문에 배아의 발육 초기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쥐에서 이 유전자를 제거한 결과 뇌손상, 귀(耳)의 기형 등 자폐증의 대표적 증상이 나타났다. 로디어 박사는 이 쥐실험 결과가 자폐증 환자의 HOXA-1유전자를 조사하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로디어 박사는 이 유전자는 유전자요법으로 수리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은 아니지만 이 유전자가 비정상일 때 뇌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알아내는 단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뇌의 변화형태를 규명하면 자폐증의 새로운 치료법 개발이 가능할 것이라고 로디어 박사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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