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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스타열전 (41) - 제이슨 지암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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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마이 갓"

올 시즌 아메리칸리그의 MVP가 자신으로 확정되었을 때 터져나온 제이슨 지암비의 첫마디다. 사실 지암비는 자신 보다는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프랭크 토마스가 받을 지 모른다고 내심 포기하고 있었는 지 모른다.

시간을 거슬러 미국 캘리포니아 롱비치에 있는 어느 초등학교 교실. 한 담임 선생님은 어린 학생들에게 장래희망 직업 등을 묻는 설문지를 돌렸다. 그런던 중 참으로 어의없고 재미있는 일이 벌어졌다.

한 학생이 자신이 원하는 해당 직업란이 없다고 선생님에게 떼를 썼던 것이다. 내용인 즉, 직업란에 '운동선수'란 항목을 넣기 전까지는 설문지를 제출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 학생이 바로 제이슨 지암비였고, 그의 고집스런 성격은 프로야구 선수가 되서도 쉽사리 바뀌지 않았다. 지암비는 팀 동료가 된 동생 제레미와 BB 탄총을 쏘아대고 지붕위로 올라가 수영장으로 다이빙하며 여느 아이들과 다를 바 없이 어린 시절을 개구장이로 자랐다.

오늘날의 지암비 형제를 있게 한 가장 큰 은인은 그의 아버지 존 지암비다. 아버지 존은 자신의 야구에 대한 사랑을 고스란히 자식들에게 물려주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그들은 어린 시절 아버지와 함께 야구놀이를 즐겼고, 지암비의 이런 야구에 대한 사랑과 관심은 그대로 이어져 급기야 아마츄어 선수가 되기에 이른다.

결국 지암비는 자신의 야구인생에 결정적 영향을 준 롱비치 주립대 데이브 스노우 감독을 만나게 되고, 자신의 최대 약점이었던 스윙의 문제점을 고쳐 나가게 된다. 스노우 감독은 자신이 지닌 스트라이크 존에 관한 많은 지식을 그에게 물려주었고, 그의 스윙 폼도 교정해 주었다.

그의 대학 시절의 이러한 교육 덕분에 결국 제이슨은 4할이 넘는 놀라운 출루율을 자랑하는 선수가 될 수 있었고, 한때 의지했던 마약과 알코올에서도 벗어날 수 있었다.

지암비는 아버지와 스노우 감독의 도움을 받아 91년 쿠바 하바나에서 열린 팬암대회에서 미국대표팀이 동메달을 따는데 일조한 뒤, 이듬해인 92년 드래프트에서 2차지명으로 애슬레틱스에 입단한다. 마이너리그에서 충실히 수업을 쌓던 지암비은 입단 3년 뒤인 95년시즌 첫 선발출장하며 꿈에도 그리던 메이저리거가 된다.

입단 첫해 그의 성적은 메이저리거가 되었다는 성취감과는 사뭇 달랐다. 여타 유망주가 그러하듯 그도 그다지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 사실 오클랜드 팀 내에는 그가 설 자리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마크 맥과이어나 호세 칸세코가 있었음에 감독의 눈에 젊은 루키가 들어올리 만무했던 것이다.

그러나 스타는 하늘에서 만들어 준다는 말이 있듯이, 그에게 천금과도 같은 기회가 찾아왔다. 그의 성장에 도움을 주었으나 방해물이기도 했던 토니 라루사 감독과 맥과이어, 호세 칸세코가 팀을 떠나고 새로 감독을 맡았던 아트 하우감독 체제에서 그는 명실공히 팀의 리더로 거듭났기 때문이다.

데뷔 초부터 꾸준하던 그의 성적은 99년 시즌 처음으로 3할 타자가 되었으며, 33개의 홈런과 105개의 볼넷을 기록하며 4할이 넘는 출루율을 기록하기에 이른다.

결국 그의 이런 성장세는 올 시즌에서 절정을 이뤘고, 안타 170개와 홈런 43개, 볼넷 137개를 기록하게 된다. 출루율을 따지면 5할에 달할 정도로, 매경기마다 두번 정도는 출루를 했다는 믿기 힘든 계산이 나온다.

제이슨 지암비는 대학시절 은사인 데이브 스노우로부터 전수받은 스트라이크 존을 선택하는 비법을 충실히 활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한 때 팀 선배였던 마크 맥과이어에게서도 타격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

토종 아메리카 인디언의 피가 흐르는 제이슨 지암비는 우람한 체구와 긴 머리 인상적인 턱수염으로 강인하기 그지없는 인상을 주지만 의외로 지능적인 플레이를 펼치는 선수다.

머리가 좋은 그는 투수들이 자기를 상대로 던졌던 거의 대부분의 타석을 기억하려 애쓴다. 이것이 그가 출루율이 높은 이유가 되고 있는 것이다. 그는 파워히터이면서도 공을 자유자재로 보낼줄 아는 스프레이히터이기도 하다. 특히 스코어링 포지션에서 상당히 강하며, 만루찬스에서도 슬러거로서의 능력을 어김없이 발휘하곤 한다.

그는 아직도 맥과이어를 선배로 깍듯이 모시고 있다. 그는 제일 좋아하는 운동선수로 바르셀로나 올림픽 때 인연을 맺은 마이클 조단 외에 맥과이어를 흔쾌히 꼽을 정도다.

그러나 그의 가장 친한 친구는 그의 친동생 제레미 지암비다. 제레미는 얼마전까지 캔사스시티 로얄즈 소속이었으나, 이제는 형과 함께 오클랜드에서 뛰고 있다. 다른 팀으로 이적한 호세 칸세코도 한때 형제선수로서 동생 아지 칸세코와 오클랜드에서 경기를 한 적이 있어 상대적인 비교가 되고 있다.

오클랜드의 최근 성장에는 그의 성적과 밀접한 연관이 있어 그가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실감케 한다. 스토브리그에는 신장병 어린이를 위해 자선활동에도 참여하는 거친 외모와는 다르게 착한 심성을 지닌 지암비는 공인으로서 모범을 보일 줄 아는 진정한 프로 선수다. 올 시즌 오클랜드를 포스트시즌에 올린 공로를 인정받아 MVP가 된 그가 2001년 시즌에는 어떤 활약을 펼칠 지 벌써부터 그의 롤러코스터 같은 화력에 기대를 걸게 된다.

제이슨 지암비(Jason Giambi)

- 1971년 1월 8일 캘리포니아주 웨스트 코비나 출생
- 191cm, 107kg
- 우투좌타
- 연봉 : 300만불(99년)
-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에이스 1루수

- 주요 경력

2000년 아메리칸리그 MV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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