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입찰경쟁률, 금융위기 때보다 낮네

조인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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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일기자]

올 1분기 전국 법원경매 입찰경쟁률이 금융위기 직후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토지 물건의 경우 입찰경쟁률과 함께 낙찰가율이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나 주목된다.

11일 법원경매정보 전문기업 부동산태인이 최근 5년 간 매년 1분기 들어 전국 법원에 나온 경매물건 36만1816개를 분석한 결과 올해 1분기 입찰경쟁률은 3.38대 1로 집계됐다.

이는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분기 당시 입찰경쟁률인 3.51대 1보다 0.17명 낮은 것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2009년 1분기 전국 법원경매에는 총 8만5965명이 참여해 2만4476개의 물건이 낙찰됐지만 올 1분기에는 총 6만618명이 참여해 1만7947개가 낙찰되는 데 그쳤다.

아울러 매년 1분기 들어 낙찰된 물건수가 2만 개 이하로 떨어진 것도 2007년 이후 올해가 처음이다.

입찰경쟁률이 떨어지면서 올 1분기 낙찰가율도 금융위기 이후 두번째로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올 1분기 전국법원에 나온 경매물건 낙찰가율은 67.09%로 나타났다.

이는 2009년(62.41%) 이후 가장 낮은 수치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하면 3.01%p 내린 것이다.

부동산태인 정대홍 팀장은 “최근 5년 간 전체 경매물건 낙찰가율은 2009년을 제외하면 2007년 70.82%, 2008년 72.67%, 2010년 70.21%, 2011년 70.1% 등으로 70% 선을 유지해왔다”며 “이런 점들을 함께 고려할 때 올 1분기 낙찰가율이 60%대로 다시 떨어진 것은 결코 경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전체 물건 중에서도 수량이 가장 많은 토지의 경우, 낙찰가율과 신건낙찰수, 입찰경쟁률이 금융위기 직후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주택 거래 침체가 경매시장 침체로 이어져

올 1분기 토지 낙찰가율은 67.13%로 2007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는 2009년 1분기에 비해서도 2.6%p 낮은 것이다. 같은 기간 신건낙찰수도 1568개에서 1409개로 10.14%(159개) 감소했고 입찰경쟁률도 2.21대 1에서 2.14대 1로 0.07명 줄었다.

토지는 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과 2008년 1분기 당시만 해도 각각 87.94%, 90.56%의 낙찰가율을 기록하는 등 소위 잘 나가는 물건으로 통했다.

금융위기 이후인 2010년과 2011년에도 77.47%, 72.71%의 낙찰가율을 기록하는 등 회복세를 보였으나 올 1분기 들어 다시 주저앉은 모양새가 됐다.

이 같은 흐름은 최근 부동산 거래침체로 인해 불거진 여러 이슈들이 도미노처럼 연쇄반응을 일으키면서 경매시장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토지의 경우 건설회사들이 줄도산하면서 예년에 비해 수요가 줄었고 아파트도 전세대란을 거쳐 매매시장이 얼어붙는 등 공급을 받쳐줄 수요가 사라지면서 경매 역시 매력이 상대적으로 반감됐다는 것이다.

경매 투자자 중 상당수는 여유자금을 투입해 물건을 싼 값에 낙찰받아 차익을 남기고 되팔거나 임대 수입을 목적으로 하는 형태가 많은데 토지나 아파트 모두 수요가 사라지면서 이 같은 차익실현이 어려워짐에 따라 열기도 사그라들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지금이야말로 경매시장에 진입할 호기라고 보는 시각도 다수 존재한다. 경매를 통해 내 집을 마련하거나 상가주택을 싸게 얻어 월세를 받으며 노년을 보내려는 실수요층이라면 낙찰가율이 떨어질만큼 떨어진 지금이 적기라는 것이다.

정대홍 팀장은 “경매를 통해 높은 수익을 실현하는 고수들의 경우 현재야말로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라고 보는 경향이 강하다”며 “실수요자들 역시 필요한 부동산을 시세보다 더 저렴하게 얻을 수 있는 기회라고 보는 인식의 전환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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