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막살인범, 시신 잔인하게 훼손한 이유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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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일용 경감

권일용(48) 경찰청 과학수사센터 경감은 10일 “우위안춘은 한국에서 막노동으로 번 돈 700만원을 뺏길까봐 두려워 시신을 잔인하게 훼손했다고 자백했다”고 밝혔다. 권 경감은 “지금껏 400여 명의 살인범을 수사했지만 이번처럼 잔혹한 살해 현장은 처음”이라고도 했다. 국내 프로파일러 1호인 그는 지난 7일 오후 수원 토막 살인 사건 용의자인 우위안춘(오원춘·42)과 4시간 동안 독대했다. 범행 동기를 밝히고 수사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서였다.

우씨는 피해자 A씨(28·여)에 대해 “피해자가 운 없이 골목에 나타나 당한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우씨는 어떤 사람인가.

 “중국 네이멍구(內蒙古) 에서 태어나 자랐다. 2007년 한국으로 오기 전까지 중국에서 벼농사·막노동을 했다. 현지에서 고리대금업자들에게 돈을 빌렸다가 갚지 못해 욕을 먹고 맞거나 무시당했다고 하더라. 그런 경험 때문에 돈에 집착하게 됐다고 한다. 한국에서 막노동을 할 때 동료들과 어울리지 않은 이유도 ‘어울리다 보면 막걸리도 한잔 사야 하는데 돈이 아까웠다’고 진술했다.”

-돈 때문에 시신을 잔인하게 훼손했다고 했는데.

 “우씨는 한국에서 번 돈을 들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게 삶의 목표였다. A씨를 목 졸라 죽인 후 다른 것보다 돈을 뺏기는 게 가장 두려웠다고 했다. 그래서 시신을 최대한 많이 훼손해 증거를 없애려고 했다.”

 -충동 범죄였나, 계획 살인이었나.

 “술 마시고 집에서 나와 여성을 범하려는 의도는 있었다. 우발적으로 울컥해 저지른 범죄는 아니란 얘기다. 하지만 그렇다고 A씨를 해치려고 치밀하게 계획했던 것도 아니었다.”

 -조사 과정에서 특징은.

 “수시로 거짓말을 했다. ‘피해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으면 ‘죄송한 마음뿐’이라고 했다. 하지만 금세 ‘피해자가 운 없이 골목에 나타나 당한 것’이라고 말을 바꾸는 식이다. 그래서 우씨 진술에만 의존해 수사할 수는 없다.”

 -사이코패스(반사회적 인격장애) 아닌가.

 “유영철·정남규·강호순 같은 전형적 사이코패스와는 다르다. 사이코패스는 증거를 없애기 위해 시신을 신속하게 처리하는 경향이 있는데 우씨는 달랐다. 계획적으로 치밀하게 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시신을 훼손하면서 쾌감을 느끼지도 않았다. 사회에 대한 분노도 없었다. 그렇지만 연쇄살인범일 가능성도 열어 놓고 수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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