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 살인사건 … 피해자 피 흘리는데 응급조치 안 한 경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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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경찰이 출동한 직후 사건 현장인 직업소개소 내부의 모습. 경찰은 피 흘리는 피해자를 응급처치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CCTV 영상 캡처]

수원 토막 살인 사건에 이어 서울 영등포 직업소개소장 살인 사건에서도 경찰의 부적절한 대처가 논란이 되고 있다. 중국동포 이모(37)씨는 “서울 영등포동 J직업소개소가 알선해 준 공장에서 일했는데 임금을 받지 못했다”며 지난 6일 소개소장 김모(69)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건 발생 닷새째인 10일까지도 용의자 이씨의 행방을 찾지 못하고 있다.

 특히 현장에 출동한 서울 영등포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은 피를 흘리며 사무실 한쪽에 쓰러져 있던 김씨에 대해 아무 응급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김씨의 딸(38)은 “경찰도 기본적인 구급 요령을 배우지 않나. 수사도 수사지만 어떻게 숨이 붙어 있는 사람을 살릴 생각조차 안 할 수 있느냐”며 울분을 토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 살인 사건은 6일 오전 10시53분에 발생했다. 112 신고를 받은 경찰은 10시58분에 도착했다. 김씨는 흉기에 찔린 이후 119 구급대가 도착한 11시2분쯤까지 10여 분 동안 방치됐다. 이어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후송됐고 사건 다음 날인 7일 새벽 숨졌다.

 경찰의 초기 현장조사에서도 실수가 있었다. 직업소개소 책상에 놓여 있던 피의자 이씨의 휴대전화를 수거해 가지 않은 것이다. 경찰은 “사무실 구석에 떨어져 있어 찾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폐쇄회로TV(CCTV) 확인 결과 휴대전화는 경찰의 현장조사 내내 책상에 보란 듯이 놓여 있었다. 딸 김씨는 “사건 당일 형사에게 세 번이나 ‘휴대전화를 가져가라’고 말했지만 다음 날 오후에야 가져가더라”고 말했다.

이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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