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또 거짓말 … CCTV도 감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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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지방경찰청이 수원 지동 토막 살인사건의 범행 장면이 담긴 폐쇄회로 TV(CCTV) 영상을 확보하고도 7일 동안이나 은폐한 것으로 드러났다. 범인인 중국 동포 우위안춘(오원춘·42)씨가 피해 여성 A씨를 살해하기 전 자신의 셋방으로 강제로 끌고 들어가는 장면이 담긴 영상이다. 이에 따라 경찰이 112 신고 내역 등은 물론 CCTV 영상까지 숨기며 조직적으로 사건을 은폐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찰은 9일 우씨가 1일 밤 귀가하던 A씨 앞에 갑자기 나타나 밀쳐 넘어뜨린 뒤 집으로 떼밀고 들어가는 13초 분량의 CCTV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은 우씨가 집 대문 앞에 있는 전봇대 뒤에 숨어 있고 A씨가 인근 버스정류장에서 내려 1㎞쯤 떨어져 있는 집으로 걸어가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A씨가 전봇대 앞을 지나는 순간 우씨가 뒤에서 덮쳤다. A씨가 넘어지자 곧바로 자신의 셋방으로 끌고 들어가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조현오 경찰청장이 9일 경찰청에서 수원 살인사건 관련 유가족에게 고개 숙여 사죄하고 있다. 이에 앞서 조 청장은 이번 사건에 책임을 지고 청장직을 사퇴한다고 밝혔다. [안성식 기자]

 경찰은 A씨가 시신으로 발견되기 4시간 50분 전인 2일 오전 6시쯤 CCTV 영상을 확보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A씨가 살해되기 전 A씨 동선을 확인하기 위해 지동 일대 CCTV를 관리하는 수원 영통 통합관제센터를 방문했다. 경찰은 범행 현장에서 50m 정도 떨어진 지동초교 후문에 설치된 CCTV에서 범행 장면이 담긴 영상을 확보했다. 하지만 경찰은 그동안 영상의 존재를 부인했다. 경찰은 영상 확보 시기에 대해 “범인을 일찍 검거해 CCTV에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조현오 경찰청장은 이날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면서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서천호 경기지방경찰청장도 사직서를 냈다.

수원=정영진·유길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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