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도남·외도녀의 특징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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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남편이 외도를 했는데, 그 인간 성기능을 왜 고쳐줘요? 아예 못 쓰게 만들어야지.”
외도 문제로 진료실을 찾은 아내 중에는 외도 치료를 위해 남편의 성기능과 부부의 성생활을 안정시켜야 한다고 하면 언뜻 이해를 하지 못한다. 남편의 성기능이 좋아지면 외도를 더 할까봐 두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실은 이와 반대다. 남성의 성기능이 취약해지고 성행위에 자신 없을 때 외도 경향이 오히려 높다는 점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실제로 남성 갱년기 등 성기능 위축이 온 중년 남성들에게 외도 위험이 더 크다. 자신의 쇠퇴한 성기능을 직시하지 못한 채 오히려 매력이 없어졌다고 아내 탓만 한다.

이런 현상은 필자가 연수를 했던 미국 킨제이 성연구소 동료인 얀센 박사의 최근 연구 보고에도 잘 나타나 있다. 해당 연구는 외도의 위험 인자를 두루 분석했다. 그 결과 남녀 모두 각자의 성격 성향이나 인간관계 요소가 깊이 관여했다. 즉 소중한 대상과 일관된 유대관계를 형성하지 못한 채 겉돌기만 하는 성격 소유자는 그만큼 외도 가능성이 크다. 반면 종교나 결혼 상태, 교육수준 등은 크게 관여되지 않았다. 남성의 외도 빈도(23%)가 여성(19%)보다 높지만 남녀 차이는 크지 않았다.

하지만 구체 항목에서는 뚜렷한 남녀 차를 보인다. 외도남의 특징은 습관적으로 위험이나 모험을 즐기는 경향, 유혹이나 자극에 쉽게 흥분하는 성향이 더 높다. 이 연구에서도 ‘성기능에 자신 없고 실패를 두려워하는 남성들이 오히려 외도 빈도가 높다’는 사실도 재확인되었다. 즉 배우자와의 성관계에서 좌절된 성적 욕구를 다른 대상을 통해 풀며 자신이 멀쩡한 남성임을 확인하려 드는 것이다. 또 자신이 노출되지 않는 상황, 두 번 다시 만날 필요 없고 책임질 일 없는 여성과의 관계나 아주 위험스러운 상황의 섹스를 즐기는 경향도 외도남의 특징이다. 마치 더 위험할수록 짜릿함을 느끼는 롤러코스터처럼 말이다.

반면에 상대와의 정서적 유대감을 중시하는 여성의 특성상, 외도녀들은 주로 배우자와의 관계에서 친밀감과 안정감을 못 찾을 경우 외도 가능성이 높다. 남성이 쾌락 위주의 외도를 한다면 여성은 정서적 외도를 많이 하는 것이다. 물론 남성 중에도 정서적 외도인 경우가 더러 있다. 아내가 늘 거절하거나 무섭고 아내에 대한 분노 등 관계갈등이 있을 때 외도는 다가온다. 반대로 여성도 꼭 정서적 문제가 아니라 쾌락 위주의 외도도 엄연히 있다. 유부녀가 나이트클럽 등 유흥업소를 드나들면서 남자를 찾는 경우가 그러하다.

외도남·외도녀는 그들의 원래 성격 성향을 보면 예측할 수 있다. 하지만 이보다 배우자와의 관계 형성에 실패할 때 외도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성생활이 재미없고 감흥이 없으며 섹스리스로 흐른다면 분명 적신호다. 외도의 위험신호에 성욕을 억제하는 약을 쓰거나 심지어 거세까지 염두에 두는 화난 배우자도 있지만, 사실은 부부 사이의 성적 만족과 친밀감을 올리는 게 치료의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다.

무엇보다 외도남의 경우 의외로 남성의 성기능이 부실하거나 실패할까 두려움이 숨어 있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럴 때는 성기능 개선도 치료에 포함시키는 게 맞다. 다만 무작정 성기능만 강화할 게 아니라 그 성기능이 소중한 배우자와의 바람직한 성생활로 이어지도록 복귀시키는 게 중요하다.

강동우·백혜경 성의학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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