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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인프라 뛰어난 한국에만 있는 만화...내년엔 국제 무대로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265호 14면

웹툰은 21세기 한국 만화와 정보 인프라가 만나 탄생한 독특한 발명품이다. 일본의 망가, 미국의 코믹스 등 다른 나라에도 만화가 있지만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만화, 즉 웹툰은 한국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문화 콘텐트다.웹툰은 기존 출판만화와 창작·유통·소비 등에서 전혀 다르다. 우리에게 익숙한 ‘만화책’의 경우 작가는 연속되는 페이지를 중심으로 사고한다. 페이지에 칸을 나누어 배치하는 ‘페이지 구성’과 칸 안에 공간과 인물을 배치하는 ‘칸 구성’이 만화 연출의 핵심이다.

세계가 주목하는 웹툰

이렇게 만들어진 원고는 책으로 만들어져 서점 등에서 유통되거나 디지털 플랫폼에 실려 웹 브라우저나 스마트폰 앱으로 서비스된다. 독자의 소비패턴은 ‘구매-구독’이다. 독자가 지불한 돈이나 잡지와 책에 실린 광고비는 유통 단계를 거쳐 작가에게 지불된다. 반면 웹툰은 위아래로 연속된 띠 모양으로 연출된다. 출판만화가 페이지별로 나뉘었다면 웹툰은 모니터를 통해 한 화면씩 단절된다. 독자는 마우스로 스크롤을 내리고 한 화면씩 읽어내려 간다.

여기서 중요한 건 속도다. 한 장씩 넘기는 출판만화와 달리 화면 스크롤을 통해 속도를 제어해야 한다. 따라서 웹툰 작가는 사이사이 공백을 두는 건 물론이고 필요할 땐 그림을 위아래로 길게 그린다. 대부분의 웹툰이 디지털로 제작된다. 유통사는 포털 사이트, 언론사 인터넷 사이트 등의 만화 섹션이다. 소비자는 ‘무료-열람’의 형태로 소비한다. 소비자는 공짜로 만화를 보지만 사이트에 접속할 때 발생하는 트래픽이 포털 사이트 등의 광고 수익으로 연결된다.

웹툰이 번성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이걸 알기 위해선 먼저 한국 만화가 걸어온 길부터 살펴야 한다. 모든 문화와 예술이 마찬가지겠지만 만화 역시 창작의 자유가 보장될 때 좋은 작품이 나왔다. 좋은 작품이 나오면 독자들이 늘어나고 산업도 커졌다. 그러면 다시 인력이 몰리고 좋은 작품이 나와 독자들이 늘어나는 선순환이 된다. 한국 만화사를 돌아보면 검열 혹은 심의에 대한 기억과 공포는 창작자의 자유로운 창작을 저해했고, 그런 환경에서 나온 만화는 독자의 외면을 받았다.

한국 만화의 첫 황금기는 1950년대 후반에서 60년대 초반이었다. 만화방을 중심으로 여러 장르가 폭발적으로 확산됐다. 80년대 대본소 만화에 장편화의 혁신이 일어나고 ‘만화보물섬’ ‘르네상스’ ‘만화광장’ ‘주간만화’ 같은 매체가 창간되면서 한국 만화는 새로운 르네상스를 맞이했다. 90년대 중반엔 일본식 주간 만화잡지 시스템을 기반으로 새로운 작가들이 들어왔고 시장도 커졌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만화사적 변화가 생길 때마다 여지없이 표현의 자유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나왔고, 만화 생태계는 근본부터 흔들렸다. 61년 한국아동만화자율회에서 시작된 심의는 아이들에게 해로운 ‘불량만화’ 이미지를 만화에 덧씌웠다. 90년대 청소년보호법이 시행된 후엔 성인 만화잡지가 줄줄이 폐간됐다. 웹툰 작가들은 다르다. 심의와 검열의 두려움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젊고 발랄한 그들은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하고 있다. 웹툰은 탄생한 지 10년 남짓 됐지만 출판만화와는 전혀 다른 생태계를 만들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마치 지상파의 인기 프로그램처럼 한번 터지면 인지도가 급상승한다. 이런 인지도를 바탕으로 드라마·영화·출판만화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내년 초 프랑스 앙굴렘에서 열리는 제39회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벌은 특별기획전 주인공으로 웹툰을 초청했다. 해외 만화 관계자들은 최근 급속도로 성장한 한국의 웹툰을 주목하고 있다. 이미 유럽에 성공리에 진출한 K팝처럼 ‘K코믹스’ 혹은 ‘K툰’ 물결을 일으킬 수 있을지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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