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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기름 자르르 ‘버터 피시’ 병어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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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5호 18면

“병어보고 대구에게 시집가라 했더니/마냥 좋으면서도 마냥 좋으면서도 아-쫑 해서 입이 조그맣고/대구는 좋아서 에헤헤 해갖구 입이 커졌단다.…”
이종수 시인의 ‘대구·병어 이야기’란 시엔 두 생선의 입 모양이 재미있게 묘사돼 있다. 대구는 입이 커서 대구(大口), 병어는 입이 암팡진 소구(小口)란다.
‘병어주둥이, 메기입’이란 말도 있다. 병어주둥이는 입이 작은 사람, 메기입은 입이 큰 사람을 가리킨다.

박태균의 식품이야기

농림수산식품부는 병어를 4월의 ‘웰빙 수산물’로 선정했다.

병어는 요즘 쉽게 먹기 힘든 생선이 됐다. 양식이 어려운 데다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해수 온도가 올라가면서 연근해에서 어획량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가격도 따라서 올랐다.

요즘은 대표적인 여름 생선으로 꼽힌다. 회 매니어들 사이에선 ‘봄 도다리, 여름 병어, 가을 전어, 겨울 방어’란 말이 통용된다. 전남 해양수산과학원이 지난해 여름철 잃어버린 입맛과 지친 몸의 원기 회복을 돕는 ‘남해 보양수산물 5선’을 선정했는데 병어가 갯장어·전복·문어·오징어와 함께 포함됐다. 병어는 몸이 납작한 마름모꼴 생선이다. 등 쪽은 푸르스름한 회색이고 배 쪽은 흰색인데 몸이 전체적으로 금속광택을 띤다. 최대 60㎝까지 자란다. 성인 손바닥 둘을 합친 크기이면 최상품이다. 이 정도는 돼야 제사상에 오른다. 흔히 덕대를 병어의 다른 이름으로 알고 있지만 둘은 다른 생선이다. 덕대는 병어보다 크다. 병어류 가운데 최고로 평가되고 값도 비싸다.

병어는 산란기(5~8월)를 앞둔 요즘이 제철이다. 산란기를 앞두고 지방을 몸에 비축하므로 맛이 최고다. 그중에서도 전남 신안 앞바다에서 잡히는 것을 명품으로 친다. 난류성인 병어는 개펄에서 알을 낳고 초가을에 다시 먼 바다로 향한다. 겨울엔 경남 통영 주변 바다에서 월동한다. 식도락가들이 봄·여름엔 신안·목포·인천산을, 겨울엔 통영산을 알아주는 것은 이래서다. 통영산은 육질은 단단하지만 담백한 맛이 떨어진다. 목포·인천산은 그 반대다.

병어는 대구·복어 같은 흰살 생선이다. 하지만 지방이 붉은살 생선 못지않게 풍부하다. 100g당 지방 함량은 5g으로 대표적인 흰살 횟감인 넙치(광어, 1.7g)·조피볼락(우럭, 2.2g)보다 높다. 기름진 생선으로 통하는 삼치(6.1g)·방어(5.8g) 수준이다. 그러면서도 붉은살 생선처럼 비리지 않고 흰살 생선 고유의 담백한 맛을 지닌다. 서양에서 ‘버터 피시’(butter fish)라고 부르는 것은 버터처럼 기름기가 자르르 흐르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병어 지방의 60% 이상은 DHA·EPA 등 혈관건강에 이로운 불포화지방이다.

저열량(100g당 122㎉)·고단백(17.8g)·고칼륨(360㎎, 혈압 조절) 식품이면서 칼슘(뼈·치아 건강에 도움)도 꽤(33㎎) 들어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시력을 보호하고 면역력을 높여주는 비타민 A도 풍부하다. 여느 흰살 생선과 마찬가지로 콜라겐(피부 건강에 유익) 함량이 높아 육질이 단단한 편이다. 그래서 막 잡은 것은 횟감으로 인기가 높으며 대개 뼈째 썰어 막장에 찍어 먹는다.

병어는 회로 먹을 때는 씹히는 맛이 있지만 익히면 육질이 부드러워진다. 병어가 제철일 때 나오는 ‘찰떡궁합’ 햇감자와 함께 조리면(병어조림) 무를 넣어 조렸을 때보다 더 담백하고 감칠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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