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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내분 심화전망

중앙일보

입력

약사법 합의안에 대한 의사협회 투표 결과 근소한 표차로 국회에 상정하는 쪽으로 결론이 나면서 의료계 사태는 큰 고비를 넘겼다.

하지만 2백여표에 불과한 표차와 투표과정의 잡음, 전공의 투표가 포함되지 않은 점 등을 두고 의료계가 양분되기 직전 상황에 처했다.

의협 집행부는 투표 결과를 밀어붙일 것이며, 의권쟁취투쟁위원회는 이를 필사적으로 저지할 막을 태세다.

이에 따라 의료계가 통일된 목소리를 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여 의약분업 정착도 뒤뚱거릴 전망이다.

◇내분 심화 = 21일 투표결과를 발표하기 전 의쟁투와 개원의협의회, 중소병원의사 대표들이 김재정 의협회장을 찾아 결과 발표 연기를 요구했다.

김회장은 이를 무시하고 발표를 강행했으며 일부 전공의들은 실력저지했다.

선후배관계를 중시해온 의사사회의 기존 질서가 무너진 순간이었다.

의쟁투 주수호 대변인은 즉각 "투표 무효" 를 선언했다.

주대변인은 "신상진 의쟁투 위원장이 중앙위원들에게 이같은 입장을 전화로 전달했다" 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의대교수와 전임의 (펠로)
는 의협 집행부와, 중소병원 의사와 개원의협의회는 의쟁투의 입장과 궤를 같이하면서 의료계는 양분됐다.

전공의 비상대책위원회도 강온파로 나뉘면서 의협 집행부 안을 따르기로 했다가 다시 입장을 바꿔 독자 노선을 표방하기도 했다.

이 갈등은 이제 서로의 존립을 부인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의협 집행부는 '의쟁투의 역할은 거의 끝났다' 며 해체 또는 기능을 축소하려 했다.

전국 시.도 의사회 회장단들은 지난 15일 대전 유성에서 열린 회의에서 의쟁투의 투표방법과 시기를 뒤엎으면서 의쟁투 해체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회장단들은 당시 1백억원이 넘는 투쟁기금의 사용내역까지 문제삼아야 한다는 강경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의쟁투도 이번 투표과정에서 김재정 의협회장이 찬성표를 유도하는 안내문을 발송한 점, 일부 지역의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방문투표를 한 점 등 투표과정과 방법을 문제삼아 반격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의쟁투는 김회장과 의협 상임이사, 시.도 회장단의 사퇴문제를 먼저 제기할 전망이다.

◇ 내분의 파장 = 일단 의협 집행부의 승리쪽으로 가닥이 잡힘에 따라 개원의들을 중심으로 제기돼온 선택분업 논의는 당분간 수면하에 잠복할 것 같다.

의협 집행부와 정부의 협조관계가 어느 정도 회복돼 국민저항을 줄이는 방법으로 의약분업을 보완하면서 현재의 형태대로 굴러갈 것으로 보인다.

신성식 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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