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외교정책 브레인 왕지쓰 ‘미국 평가절하 논문’ 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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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국제사회의 양대 축을 이루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경쟁에서 결국 중국이 승리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3일(현지시간)자 뉴욕 타임스(NYT)에 따르면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왕지쓰(王緝思·사진) 원장은 최근 발표한 ‘미·중 간 전략적 불신 해결 방안’이라는 논문에서 “미국과 중국의 경쟁은 제로섬(zero-sum) 게임”이며 “중국 지도부는 미국의 경제와 정치가 계속 삐걱거릴 경우 결국 중국이 승자가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왕지쓰가 중국 공산당과 외교부의 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영향력 있는 외교학자인 만큼 그의 이런 주장은 국제사회에서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왕지쓰는 이번 논문을 브루킹스연구소에서 중국센터장을 맡고 있는 케네스 리버설과 공동으로 펴냈다.

 왕지쓰는 논문에서 “미국은 더 이상 놀라운 국가가 아니며 신뢰할 만한 나라도 아니다”며 “이에 따라 중국 지도부는 이런 미국에 대해 평가절하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경제와 군사 분야에서 중국의 자신감은 점점 커지고 있으며 양국 간 국력 차이는 2003년 미국이 일으킨 이라크전 이후 좁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조만간 중국 경제가 미국을 대신할 수 있을 만큼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이와 관련, ‘중국이 세계 최대 경제대국이 되는데 몇십 년(how many decades)이 아닌 몇 년(how many years)이 필요한가’가 국제사회에서의 화두”라며 “중국의 성장은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아랑곳없이 지속됐으며 2008년 베이징 올림픽, 2010년 상하이 엑스포 등이 발판이 됐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왕지쓰는 중국의 부상을 우려한 미국이 중국의 고급 정보를 빼내기 위해 적극적인 첩보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역사의 잘못된 편에 서 있으며 중국의 ‘도광양회(韜光養晦: 빛을 감추고 힘을 기르며 기다린다)’ 시대도 끝났다고 그는 덧붙였다.

 이에 대해 논문 공저자인 리버설은 “그의 미국에 대한 평가는 중국의 특별한 목적을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리버설은 지난주 중국 칭화대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양국이 15년 안에 적대국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고 말했다.

◆왕지쓰=중국 굴지의 국제문제 전문가. 1993~2005년엔 중국사회과학원 미국연구소장을 역임했다.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이 중앙당교(黨校) 교장을 맡고 있던 2001년 5월 당교 국제전략연구소장에 발탁돼 5년간 일했다. 이 때문에 후 주석의 외교안보 브레인 역할을 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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