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근교 까페, 경기 찬바람에 매물 쌓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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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경기도 양평.광주 등지에 가면 카페.음식점 매물을 싼 값에 골라잡을 수 있다.

경기침체로 매출이 뒷걸음질치고 경기전망도 불투명해지자 임대를 놓거나 처분하는 장사용 부동산 매물이 늘고 있다.

경기도 광주군 퇴촌면 영동리 88번 지방도변에 나온 식당 등은 지난해보다 임대료가 많이 떨어졌다.

지난해 말 보증금 3천5백만원에 월 1백만원은 줘야 했던 음식점 K가든(건평 60평)은 보증금 2천만원에 월 80만원이면 잡을 수 있다.

매매가도 내리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2억3천만~2억4천만원이던 퇴촌면 대지 2백평, 건평 50평짜리 음식점이 2억원에 매물로 나왔다.

영동부동산 정세훈 사장은 "강하면으로 이어지는 대로변 카페.식당 30여곳 가운데 절반 이상이 매물로 나와 있다" 고 말했다.

그러나 찾는 사람이 없어 거래는 거의 끊겼다.

양평군 강하면 전수리 경우공인중개사 사무소 조철기 사장은 "경기가 좋을 때는 물건을 찾는 사람이 하루 6~7명이 다녀갔으나 지금은 일주일에 4~5명이 고작" 이라며 "경기가 좋았던 지난해에는 물건이 달려 부르는 게 값이었으나 지금은 싼값에 골라 잡을 정도" 라고 말했다.

카페가 많은 양평군 양서.서종면은 더 심각하다.

JB랜드 이우경 사장은 "옥천면 아신리~양서면 복포리 강변의 경우 겉으론 매물이 없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80%가 새 주인을 찾고 있다" 고 말했다.

값이 떨어질 것을 우려해 매물을 숨긴 채 암암리에 새 주인을 연결해 달라는 주문이 많다는 것.

외환위기 이전 6억원을 호가하던 서종면 S카페도 지난해 말 4억5천만원이었으나 지금은 4억원 선에 팔려고 내놓았다.

서종부동산 백승문 대표는 "하반기부터 손님이 줄어 영업수지가 안맞는 곳이 대부분" 이라고 전했다.

서종면 일대에 있는 1백30여 곳의 카페.음식점이 있는데 이 부동산에만 20여 개의 매물이 나와 있다.

양평.광주보다는 사정이 좀 낫지만 고양시 풍동 카페촌도 경기가 좋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투자비 등의 금융비용을 감안할 경우 대부분 수지는 안맞지만 아직까지 투자비 이하의 매물은 없다" 며 "좀 시간이 흐르면 원가 이하로 팔려는 물건도 있을 것" 라고 말했다.

부동산 포털사이트인 조인스랜드닷컴(http://www.joinsland.com)의 '사고팔자' 코너엔 음식점 부동산 매물이 지난 10월 이후 3백건이나 올라 있다.

종전엔 1억원 이하의 소액투자가 가능한 상가.오피스텔 등이 대부분이었으나 최근에는 매매가 10억원 안팎의 카페.모텔 등이 많아진 게 특징.

신도시 인근 카페.식당 매물이 많아 외환위기 직전 장사용 부동산시장 침체 현상과 비슷하다.

특히 모텔은 최근 1주일 사이에 10여건의 매물이 등록돼 요즘 신도시 러브호텔 파동에 따른 후유증을 반영하고 있다.

가격도 내려가고 있다. 고양시 덕양구 주교동의 건평 2백62평짜리 모텔이 12억원에 매물로 나왔다.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매매가가 14억원 정도였으나 최근들어 경기가 땅에 떨어지고 러브호텔 파동 영향으로 매도 호가가 내리는 추세" 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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