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처분 중인 업체서 술접대 받고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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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경기도 광명시 고위 공무원들이 행정처분이 진행 중인 기아자동차 소하리공장 간부들로부터 200만원이 넘는 향응 접대를 받아 구설에 올랐다.

 광명시에 따르면 지난 20일 오후 박성권 부시장과 국·소장 등 서기관급 간부 공무원 10여 명이 철산동의 한 고급 일식집에서 기아차 소하리공장 간부들과 만남을 가졌다. 이들은 1인분에 최소 10만원이 넘는 회 코스 메뉴로 식사를 했다. 소주와 맥주 등 술도 빠지지 않았다. 식사비는 기아차 측이 치렀다.

 바로 전날(19일) 이 공장에서 1급 발암물질인 벤젠이 검출됐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광명시는 경기도와 이에 대한 행정처분을 의논하고 있었다.

시 내부에서는 “기준치 이하여서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과 “벤젠이 검출된 것 자체가 문제”라는 두 가지 해석으로 의견이 분분하다.

앞서 소하리공장은 기준치를 초과한 소음과 진동 때문에 광명시로부터 2차 행정개선명령도 받은 상태였다.

시의 한 공무원은 “3차 명령까지 내린 뒤 이행하지 않으면 조업정지를 명령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광명시의 의지에 따라 행정처분의 수위를 얼마든지 조절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박성권 부시장은 “기업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정기 간담회였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공식적인 기업과의 간담회는 시가 업무추진비로 비용을 모두 부담하는 게 일반적이다. 게다가 대통령령인 공무원행동강령에는 공무원이 3만원이 넘는 식사 접대를 받으면 징계를 받게 돼 있다.

통합진보당 유미경 도의원은 “정기적으로 이런 모임이 있었다면 더 큰 문제”라며 “하위직 공무원은 식사 한 끼만 대접받아도 감사와 징계를 받는데 행정처분 상태에 벤젠까지 검출된 기업으로부터 고위 공무원들이 한꺼번에 접대를 받은 건 행동강령을 위반한 것”이라고 말했다.

유 의원은 행동강령 위반행위에 대한 감사를 경기도에 요청했다.

유길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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