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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포상 노린 전문사냥꾼 … 받는 돈 사업소득세 물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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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전문 신고꾼인 김모(67)씨는 지난해 10월 울산의 한 구청에 등록 식품업소 전체의 상호와 주소를 알려달라고 정보공개 청구를 했다. 그렇게 구한 목록을 들고는 구청에 등록하지 않고 영업 중인 음식점이 있는지 찾아다녔다. 그는 올해 1월 1일 0시에 딱 맞춰 무등록업소로 불량식품을 판다며 음식점 18곳을 구청에 신고했다. 이 중 7건은 구청에서 정한 포상금 지급 기준에 맞아 김씨는 건당 10만원씩 총 70만원을 타갔다. 구청의 부정불량식품 신고포상금 한 해 예산은 80만원. 김씨의 ‘활약’ 때문에 구청은 새해가 시작된 지 열흘 만에 예산을 다 써야 했다. 구청 관계자는 “김씨가 신고한 7건 모두 건물 없이 영업하는 영세 미등록 노점상이었다”고 말했다. 유해물질을 넣어 파는 무허가 식품업소를 적발하겠다는 포상금 원래 취지와는 맞지 않았다.

 내년부터 김씨와 같은 전문신고자는 개인사업자로 분류돼 1년간 받은 포상금에 대해 사업소득세를 내야 한다. 또 한 사람이 받을 수 있는 포상금의 상한선도 정해진다. 국무총리실은 29일 서민생활대책점검회의를 하고 전국에서 971종에 달하는 신고포상금제를 연내에 대대적으로 정비하기로 했다. 총리실은 특히 각 신고포상금의 지급 기준을 강화해 법 위반 정도가 경미한 건을 신고한 사람에겐 포상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 또 포상금의 20%는 온누리상품권 등 현물로 지급하기로 했다. 전문신고꾼의 표적이 되는 학원 불법운영, 불법어업 등과 관련한 신고포상금에 대해선 1인당 수령액 상한선을 정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김황식 총리는 이날 “전문신고자들이 경미한 위반에 대한 집중적인 신고를 함으로써 영세 사업자들이 생계에 큰 타격을 받게 되는 것은 시정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부 전문신고자는 ‘신고자 양성 학원’을 운영하면서 포상금 수령 노하우를 전수한다는 명목으로 각종 장비를 강매하는 등 서민 피해도 발생하고 있다”며 이와 관련한 부당광고를 제재하겠다고 했다.

  총리실에 따르면 28개 중앙부처의 신고포상금 제도는 70개다. 2005년 40개, 2007년 55개, 2009년 61개, 2011년 69개로 해마다 늘었다. 지방자치단체의 포상금제는 901건에 이른다.

조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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