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회 말 관중이 너나 할 것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기립박수를 치며 환호성을 질렀다. 롯데와 넥센의 시범경기가 열린 29일 부산 사직구장. ‘핵잠수함’ 김병현(33·넥센)이 사직구장 좌측 외야 쪽 불펜에서 성큼성큼 마운드로 걸어나왔다. 하지만 등에는 ‘김병현’이 아닌 ‘이정훈’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유니폼 상의를 챙기지 못해 팀 동료 이정훈의 유니폼을 빌려 입어야 했다. 지난 1999년 미국에 진출했던 그가 13년 만에 고국 마운드에서 처음으로 공을 던지는 순간이었다.
심호흡을 한 김병현은 조성환을 포수 파울 플라이로 처리했으나 정민태 투수코치가 마운드로 올라오자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투구수(43개)가 예정 투구수(40∼50개)에 달했다. 김병현은 “투아웃이니 마무리하고 싶다”고 했다. 정 코치는 “그만하고 내려가라”며 김상수와 교체했다. 김상수가 전준우를 삼진으로 잡아 김병현은 1과 3분의 2이닝 1피안타·무실점을 기록했다. 직구 최고구속은 145㎞. 김병현은 투구에 대해 “무덤덤하게 던졌다”면서도 “6회에는 직구 위주로, 7회에는 변화구 위주로 던졌다. 변화구 감을 잡으려고 긴장을 조금 풀었더니 직구까지 제구가 안 잡혔다”고 했다. 김시진 넥센 감독은 “직구는 90점을 주고 싶다. 변화구는 아직까지 부족하기에 60점 정도”라고 평했다. 넥센은 박병호의 연타석 홈런에 힘입어 롯데를 8-4로 제압하고 시범경기 1위를 유지했다.
이승엽(36·삼성)은 대구 KIA전에서 3회 우월 솔로홈런으로 일본 복귀 뒤 홈구장 첫 홈런을 신고했고, 삼성은 11-10으로 이겼다. 김태균(30·한화)도 잠실 LG전에서 솔로홈런을 때려내며 8-0 승리를 도왔다. 문학에서는 SK가 두산을 3-2로 눌렀다.
부산=유병민 기자
사진=이영목 기자
13년 만의 첫 고국 무대
145㎞ 찍고 1.2이닝 무실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