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스몰포워드 전성시대

중앙일보

입력

‘3번’이 일어선다.

올시즌 프로농구에서 이들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3번은 농구에서 스몰 포워드를 지칭하는 포지션 번호다.과거 외국인 센터에 득점 대부분을 맡기고 지원 사격에 그쳤던 스몰 포워드들이 경기의 승패를 좌우할 선봉장으로 나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스몰 포워드의 약진을 외국인 선수 신장 제한 규정 변화 때문으로 해석한다.지난 시즌까지 각팀들은 규정상 1m90㎝ 이하 선수와 2m대 센터를 기용했는데 올시즌 1m95㎝∼2m 중치급 외국인선수가 대거 출현하면서 토종 스몰 포워드의 숨통이 트였다는 것이다.

중치급 외국인 선수들은 3점슛과 미들슛 위주로 경기하는 국내 스몰 포워드와 포지션 중복이 적다.이들은 주로 포워드 역할을 했기 때문에 슈터를 스크린해주는 능력과 2-2플레이에서 어시스트 능력을 갖췄다.정통 센터가 아니어서 골밑을 비울 때가 많고 이때를 이용해 스몰 포워드의 골밑 돌파가 늘었다.

외국인 센터들의 골밑 득점력이 약화된 것도 스몰 포워드에 대한 의존도를 심화시키는 것으로 평가된다.

국내 최고 스몰 포워드 자리를 다투던 김영만(기아·평균 25.2득점)과 추승균(현대·22득점)은 올시즌 나란히 팀내 최고 득점을 기록중이다.두 선수는 지난해보다 평균 8득점씩 득점력이 향상됐다.

외곽슛에 의존했던 문경은(삼성·19.3득점)과 우지원(신세기·16.8득점)은 다양한 공격 루트를 새로 뚫기 시작하면서 팀 상승세의 원동력이 됐다.

발목 부상 후유증으로 아직 제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지만 김성철(SBS·11.7득점)도 팀의 키플레이어로 자리잡고 있다.

득점력 못잖게 골밑 공격 지원에 능하고 득점 대비 리바운드 비율이 4:1에 이르는 조상현(SK·20.2득점)까지 포함하면 올시즌 3번 포지션은 전성기를 맞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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