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사드 움찔했나 … 유엔 평화안 수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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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가운데)이 27일(현지시간) 반군의 거점이었던 홈스의 바바 아므르 지역을 방문해 정부군을 격려했다. 바바 아므르에선 최근 정부군의 맹폭으로 반군이 거의 퇴각했다. 이 과정에서 민간인 수백 명이 사망했다. [홈스 로이터=뉴시스]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유혈사태를 종식시키기 위한 코피 아난 유엔·아랍연맹 특사의 평화안에 동의했다. 평화안은 유엔 감시하에 교전을 중단할 것 등 6개 항이다. 구체적인 시한이나 알아사드의 하야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알아사드로선 자신의 거취에 대한 이니셔티브를 쥔 상태에서 서방 압력에 맞설 시간을 번 셈이다.

 27일(현지시간) AFP통신은 시리아 정부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승인을 받은 평화안을 수용하기로 했다는 아난 특사 대변인의 말을 전했다. 평화안은 ▶시리아 정부가 반정부군과의 교전 지역에서 병력과 중화기를 철수할 것 ▶부상자들의 수송과 인도적 구호품 제공을 위해 모든 교전 지역에서 매일 2시간 동안 휴전할 것 ▶반정부 시위가 발생한 지난해 이후 수감된 인사들을 석방할 것 등 6개 항을 담고 있다. 아난 특사는 러시아에 이어 중국을 방문해 원자바오(溫家寶·온가보) 총리로부터 중재 노력에 대한 지지를 얻어 냈다.

 이와 관련,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알아사드 대통령은 과거에도 평화조치를 약속했지만 말뿐이었다”며 “곧바로 조치를 취해 약속을 이행할 의지가 있음을 보여 줘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알아사드가 아랍연맹의 병력 철수 및 정치 개혁 로드맵을 수용해 놓고 지키지 않은 것을 비판한 것이다. 윌리엄 헤이그 영국 외무장관도 이날 “공허한 말이 아니라 시리아 정부의 실천이 따를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알아사드의 평화안 수용은 시리아 반정부세력이 이날 터키 이스탄불에서 공동성명을 발표한 것과 맞물려 이뤄졌다.

반정부세력은 시리아국가위원회(SNC)를 야권의 대표기구로 인정하기로 합의하는 등 향후 협상에 필요한 단일 대화창구를 구성했다. 다음 달 1일엔 아랍과 서방 정부 등 알아사드 축출을 표방하는 연합모임인 ‘시리아의 친구들’ 회의가 열린다. 그간 자중지란을 보여 왔던 반정부세력으로선 한 단계 진전한 모양새다.

 서방 매체에 평화안 수용이 알려진 날 알아사드 대통령은 시리아 제2의 도시이자 반군 거점이었던 홈스를 전격 방문했다. 시리아 국영 TV는 알아사드 대통령이 홈스 바바 아므르 지역에서 지지자들과 만나는 장면을 방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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