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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현대차 ‘SNS 명성’은 별로더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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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미국계 글로벌 홍보대행사 포터노벨리의 최고경영자(CEO)인 개리 스톡먼(51·사진)은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돌아다니는 수많은 문구를 파헤친다. 자신의 의뢰인에게 조금이라도 해가 될 만한 문구를 일찌감치 찾아내 큰 위기로 번지지 않게 막는 것이 그의 일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번성이 ‘리스크 매니지먼트(Risk Management·위기관리)’가 본업인 스톡먼에게 또 다른 일감을 안겨준 셈이다.

 최근 방한한 그는 “기업이나 저명인사에게 SNS 위기관리는 이제 필수”라고 말했다. 작은 불씨를 다루는 것이 큰불을 진압하는 것보다 훨씬 수월하다. SNS에서도 문제를 일으킬 만한 불씨를 가급적 빨리 찾아내 적합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그만큼 중요해졌다는 의미다. 포터노벨리가 SNS에서 불씨를 찾을 때 쓰는 도구가 ‘RTRT(Real-Time Reputation Trend)’다. SNS에 기반한 명성진단 서비스다. 포터노벨리가 최근 이를 활용해 지난해 삼성전자, 현대자동차와 관련된 트위터 내용을 분석한 결과가 이채롭다. 삼성전자의 경우 오프라인 조사에서는 명성 1위의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긍정적 트윗이 리트윗되는 횟수가 평균 1.4회인 데 반해 부정적 트윗의 리트윗은 7.3회에 달했다. 현대차의 경우 노사 갈등, 정규직 노조의 자녀 채용, 비정규직 하청업체 문제 등에 대한 부정적 논조의 트윗이 많이 나왔다. SNS 위기관리를 제대로 못하는 셈이다.

 스톡먼은 “가장 중요한 위기관리는 문제가 발발하기 전에 SNS를 적극 활용해 든든한 우군을 만들어 놓는 일”이라고 말했다. 초창기에 문제가 될 만한 불씨를 발견하지 못해 확산되더라도 우군이 많으면 “그런 일을 할 사람(또는 기업)이 아닌데”라면서 조용히 넘어간다는 것. SNS에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삼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간이 해결해 줄 정도의 사안에까지 과민반응하면 오히려 ‘긁어 부스럼’을 만들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그는 트위터 등을 열심히 하던 한국의 대기업 총수 몇 명이 여론의 화살에 활동을 접은 것을 예로 들며 “진솔한 모습도 좋지만 ‘아침에 무엇을 먹었나’하는 내용까지 올려놓는 솔직함은 다소 지나쳐 보인다”고 말했다.

 스톡먼은 미국 정부와 글로벌 기업을 대상으로 소셜미디어와 전통 미디어를 한꺼번에 관찰하는 ‘레이더(RADAR)’ 서비스도 제공 중이다. 수십 개의 TV 채널에서 나오는 수많은 프로그램과 SNS 미디어까지 넘나들며 고객의 위기를 관리해주는 서비스다. 스톡먼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후보로 활동하던 시절 민주당 캠프의 홍보전략 마련을 조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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