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한·터키 FTA 타결 … 가시적 성과 보여줘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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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우리나라와 터키가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타결하고, 지난 26일 협정문에 가서명했다. 상반기 중 국회 비준을 거치면 연내에 발효가 가능하다. 터키는 우리나라의 아홉 번째 FTA 체결국이자 이슬람 국가로는 처음으로 FTA를 맺는 나라가 된다. 터키와의 교역규모는 수출 51억 달러, 수입 8억 달러로 다른 나라에 비해 아직 크지 않지만 터키와의 FTA 체결은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인구 7400만 명의 터키는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지정학적 요충지에 자리 잡고 있는 데다 최근 이슬람 국가 가운데 경제성장 속도가 가장 빠르다. 자체 내수시장의 규모가 급속도로 커지고 있는 데다 유럽과 중동은 물론 아프리카 등 인접 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삼을 수 있는 입지를 갖췄다. 한마디로 지금보다는 앞으로의 잠재력이 훨씬 큰 시장이란 얘기다.

 이번에 가서명한 협정은 상품교역에만 국한됐으나 양국은 협정 발효 후 1년 내에 서비스·투자와 정부조달 분야의 협상을 마무리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서비스·투자 및 정부조달까지를 망라한 최종 협정이 체결되면, 양국 간 교역 확대는 물론 중동·아프리카·지중해 지역을 겨냥한 서비스와 투자 진출도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현재 협상 중인 200억 달러 규모의 터키 원자력발전소 수주에도 FTA 체결이 유리하게 작용할 여지가 크다.

 터키와의 FTA가 발효되면 우리나라의 전체 교역량 가운데 FTA를 통한 교역의 비중이 46.8%로 늘어 절반에 육박하게 된다. FTA로 세계시장을 촘촘하게 연결하겠다는 우리나라의 통상 전략이 드디어 뚜렷한 성과를 드러내는 셈이다. 그러나 이제는 교역이 늘어난다는 것만으론 FTA의 성과를 국민이 실감하기 어렵다. FTA의 성과가 수출기업이나 일부 대기업에만 머물지 않고 국내의 일자리 창출과 소득 증대로 연결된다는 결과를 가시적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다. 그래야 이미 체결된 한·미 FTA를 폐기하자거나 한·중 FTA 협상을 아예 시작하지 말자는 주장을 잠재울 수 있다. 한·터키 FTA가 FTA에 대한 인식 전환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