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찬바람에… 과일값 바닥 추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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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사과.단감 등 가을 과일이 예년 평균가격보다 40% 정도 하락했다.

과일은 풍작을 이뤘는데 경기가 식으면서 과일 소비가 줄었기 때문이다. 이달 말부터 미국산 오렌지와 칠레산 포도 등 외국 과일이 본격적으로 수입되면 국산 과일 값은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배는 지난해 이맘때보다 40%, 사과는 35%, 단감은 40% 정도 값이 떨어졌다.

하나로클럽.한화유통 등에서는 20개 들이 상자(15㎏)에 들어있는 특품 배 한개에 1천5백원, 40~50개 들이 상자(15㎏)에 들어있는 상품 사과 한개는 5백50원, 30~40개 들이 상자(10㎏)에 들어있는 특품 단감 한개는 5백원선이다.

과일 가격이 하락하자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에는 과일 경매가 유찰되고, 일부 농민들이 출하를 연기하고 있다.

가락동시장 도매법인인 서울청과의 경우 하루평균 들어오는 사과 4천상자 중 10% 가까운 3백상자의 경매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이따끔 생기고 있다. 예년에 과일 경매가 유찰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과일 재고가 쌓이자 경매에 불참하는 중도매인도 늘고 있다.

서울청과 김대연 경매부장은 "배 경매장에는 보통 50~60명의 중도매인이 참석하는데 10월 말에는 40명도 안됐다" 면서 "중도매인이 적게 오면 질이 떨어지는 중.하품 과일은 경락 자체가 어렵다" 고 말했다.

가락시장 상인들은 과일 가격이 계속 하락하자 생산 농민들이 판매를 미뤄달라고 요청하거나 중.하품의 경우 산지에서 폐기하는 양도 많다고 전했다.

◇ 하락 원인〓올해는 추석이 예년보다 보름 정도 빨라 소비가 가장 많은 시기에 제대로 익은 과일이 없어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추석이 지나면 소비가 줄어드는데 올해는 체감경기가 나빠져 소비가 급감했다.

농촌경제연구원 박준기 박사는 "과일은 소득이 조금만 줄어도 소비가 큰폭으로 감소하는 소득 탄력성이 큰 대표적 품목" 고 말했다.

◇ 사과가 배보다 비싸〓배의 경우 올해 재배면적이 지난해보다 14% 늘어 가격 하락을 부추겼다.

이 때문에 사과가 배보다 비싸지는 기현상이 나타났다. 예년에는 배 값이 사과 값에 비해 15㎏들이 상자당 1만원 정도 높았는데, 최근 사과가 배보다 2천원 정도 비싸졌다.

사과는 올해 재배면적이 크게 늘어나진 않았지만 수확량이 많아 가격이 하락했다.

단감은 올해 늦더위로 빨리 익어 저장하기 어려워 한꺼번에 출하되면서 가격이 떨어졌다.

경남지역이 주산지였던 단감은 몇년전부터 호남.경북지역으로 재배가 확대되면서 물량이 꾸준히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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