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진짜 벤처 나오려면 교육대혁신 있어야"

중앙일보

입력

전세계를 휩쓸던 벤처열풍이 한풀 꺾인 것처럼 보인다.

우리나라도 지난 2년간 ''묻지마 투자'' 로 상징되는 무분별한 벤처투자가 성행했고 성공한 벤처기업가는 장안의 화제와 선망의 대상이 됐다.

그러나 온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든 ''동방금고'' 사건에서 볼 수 있듯이 벤처기업은 비윤리적인 머니게임의 도구로 전락했고, 투자자들은 엄청난 손실만 떠안게 돼 벤처 실패론까지 대두되는 실정이다.

그렇지만 이같은 성급한 결론은 금물이라고 본다. 벤처 거품에 대한 논란이 있더라도 국가경제에 기여하는 벤처기업의 미래가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미국의 예에서도 볼 수 있었듯이 우리 경제의 돌파구는 이들 벤처기업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때문에 정부는 일각의 벤처무용론에도 불구하고 최근 침체된 벤처 열기를 활성화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최근 대두되는 벤처업계 활성화 정책보다도 더욱 중요한 것은 벤처기업이 자랄 수 있는 근본적인 인프라 구축이다.

21세기는 지식산업이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이른바 ''창의성의 전쟁'' 시대다. 굳이 벤처기업가가 아니라도 다양한 분야의 창의적 인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무엇보다 사람이 중요한 자원인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가장 중요한 인프라는 제도가 아니라 바로 우리자신이다. 진정한 벤처기업도 창의적이며 윤리적인 기업가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가의 장래는 결국 교육문제로 귀결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는 창의성을 요구하는 교육과 제도를 경험하지 못했다.

외국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인간은 모두 창의적 인자(因子) 를 갖추고 있다고 한다. 문제는 이러한 창의성을 어떻게 발현시키느냐에 있다.

그런데 창의성을 가로막는 요소에 관한 언급이 우리의 현실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운 느낌이 들었다.

그 내용에 따르면 인간의 창의성을 저해하는 요소는 정신적 휴식의 부족.스트레스.사회성 부족에 의한 에고(ego) 라고 지적하고 있다. 마치 우리나라의 교육제도에 대한 지적을 하고 있는 듯했다.

이러한 교육을 받고 자란 젊은이들에게 창의성을 요구하는 것이 오히려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떠들썩한 벤처기업 거품론은 교육의 병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교육경쟁력이 없는 곳에서 윤리적이며 창의적인 벤처기업인을 기대할 수는 없다.

최근 전공분야와 관련된 벤처기업을 창업해 기업가의 대열에 합류한 필자의 경우에도 책과 너무도 다른 세상에 놀라며, 예상하지 못한 문제에 매달려 전전긍긍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러한 고민은 창의성의 부족 때문이었는데, 더욱 놀라운 것은 본인에게 부족한 창의성을 젊은 직원들을 통해서도 메울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최근 대통령이 직접 나선 정부의 벤처기업 육성의지는 높게 평가된다.

그러나 작금의 쓰라린 경험을 거울삼아 미시적인 제도개선에 에너지를 낭비하지 말고 보다 근본적인 인프라 구축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창의적 교육체계로의 전환을 위한 혁신적이고 대담한 청사진이 필요하다. 이것이 진정한 벤처기업을 육성하는 길임을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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