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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취재일기

2% 부족한 고졸 취업 정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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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한애란
경제부문 기자

용산공업고등학교 3학년 고병현군은 취업을 결심했다. 전에는 대학 진학을 준비해왔다. 하지만 사회 분위기가 달라지는 걸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 고졸자에게도 좋은 일자리가 많아졌는데 굳이 대학 간판이 필요 없겠다 싶었다. 그는 “포스코 같은 큰 기업에 취업해 일하면서 대학도 다니는 게 목표”라고 했다.

 그런 고군에게 걱정거리가 있다. 바로 군대 문제다. “2~3년 다니다 입대하게 되면 회사에서 잘리는 것 아닌가요. 친구들도 모두 그게 걱정입니다.” 고군은 최근 학교를 방문한 김동연 기획재정부 차관을 붙잡고 이렇게 하소연하며 대책을 물었다.

 고등학교를 마치고 바로 취업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있다. 2009년 16.7%였던 특성화고 취업률이 지난달 39.6%로 올랐다. 정부가 공공기관과 기업의 고졸 채용을 독려하며 지원을 늘린 영향이 크다. 상당수 대기업이 호응하며 고졸자 채용을 늘리자 학생과 학부모 생각도 바뀌었다. 용산공고 추교수 교감은 “몇 년 전만 해도 특성화고 전형을 통해 대학에 가려는 학생이 많았는데 이제 3학년 중 60%가 취업을 선택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고졸 채용을 독려하는 바탕엔 인력 수급 문제가 있다. 대졸 인력은 남아돌지만 고졸 인력은 공급이 부족하다. 특성화고 학생은 고용시장에서 환영받는 좋은 기능인력이다. 이런 인력을 키우기 위해 정부는 특성화고 재학생에게 전액장학금을 준다. 또 특성화고를 ‘선(先)취업 후(後)진학’ 체제로 운영해 더 많은 학생이 취업을 선택하도록 유도한다.

 문제는 정책의 완성도다. 단순한 단기적 인력 수급 문제로 접근할 사안이 아니라는 얘기다. 학생들에게 취업이냐 진학이냐는 인생을 좌우하는 중대사다. 그럼에도 고졸 취업 이후의 삶은 계속 불확실하다. 군대에 가면 휴직 처리가 될지, 일하면서 야간 대학에 다닐 여건은 될지, 학력이 아닌 성과로 대접받을 수 있을지 등등에는 누구도 시원한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지난 1월 재정부 업무보고에서 한 특성화고 교사는 “공공기관도 고졸자가 입대할 때 휴직 처리를 잘 해주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야간 대학에 다니는 저소득층 고졸 재직자에게 장학금 우선선발권을 주던 제도는 확대되긴커녕 올해 사라졌다. 은행이 고졸 채용을 늘렸다고는 하지만 대부분 비정규직이다.

 이처럼 불확실성이 큰 데도 고졸자들을 취업으로 이끄는 건 무책임한 정책이 될 수 있다. 싹이 트기 시작한 고졸 취업이 큰 나무로 뿌리내리게 하려면 고졸 취업 그 이후에 대해 정부가 신경 쓸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