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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무장 소년 죽여놓고 정당방위?" 미 전역 분노 확산

미주중앙

입력

뉴욕 시민 수백여명이 21일 흑인 소년 트레이본 마틴의 억울한 죽음에 항의하는 ‘백만 후디’ 행진에 참여해 마틴을 살해한 조지 짐머만에 대한 체포를 요구하고 있다. [AP]

플로리다주 올란도 외곽 샌포드에서 히스패닉계 자경단원이 비무장 상태인 17세 흑인 청소년을 '정당방위'로 사살한 것과 관련 시민들의 분노가 미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22일 뉴욕과 마이애미에서 열린 '백만 후디(hoodie) 행진'에 참여한 수백 명의 시민들은 트레이본 마틴을 살해한 자경단원 조지 짐머만에 대한 체포를 요구하며 이번 사건이 정당하게 처리될 때까지 시위행진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마틴이 살던 플로리다주 시민들도 거리에서 시위를 벌였다. 인터넷 청원사이트인 체인지 닷 오르그(Change.org)에 오른 짐머만을 처벌해야한다는 탄원서에는 1시간에 5만명씩 100만 명이 참여했다.

지난달 26일 비오는 깜깜한 밤 흑인 소년 마틴은 후드티를 입은 채 편의점에서 캔디와 아이스티를 사들고 아버지의 여자친구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동네 치안을 스스로 지키기 위해 조직된 자율방범대원인 짐머만이 낯모르는 그를 발견하고 수상하다며 뒤를 쫓기 시작했다. 물론 거리에서 수상한 사람을 봤다며 911에 신고도 했다.

당시 흑인 소년은 여자친구와 통화를 하는 중이었으며 그 여자친구에게 이상한 사람이 뒤를 쫓는다며 걸음을 빨리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자경단원 짐머만은 흑인소년을 뒤쫓지 말라는 911 요원의 지시를 무시하고 SUV를 타고 소년을 뒤따랐으며 결국 그와 격투를 벌이다 갖고 있던 권총으로 마틴을 숨지게 했다.

짐머만은 당시 마틴이 자신을 공격해 '정당방위' 차원에서 사살했다고 주장했으며 아직 기소도 되지 않았다. 플로리다의 '스탠드 유어 그라운드(Stand Your Ground)' 법에 따르면 자신이 위협받았다고 생각할 경우 정당방위를 동원할 수 있고 정당방위 행위자의 집 밖에까지 이 법이 적용된다. 이에 따라 짐머만은 비무장 상태의 마틴에게 총을 쏘아 숨지게 하고도 정당방위로 인정받아 체포되지 않았다.

그러나 17세 흑인 소년의 억울한 죽음은 온라인에서 빠르게 퍼져나갔다. 영화감독 스파이크 리 가수 위클리프 진 등 유명인들이 트위터를 통해 이 사연을 알렸고 사람들은 분노했다. 인종차별 논란을 빚으며 재조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SNS를 통해 널리 퍼져나갔다.

재조사 요구가 빗발치자 법무부와 연방수사국(FBI)이 부랴부랴 진화에 나섰다. 법무부는 이 사건이 평등권을 위반한 것인지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으며 플로리다의 세미놀카운티 지방검사인 놈 울핑거는 다음달 10일 대배심이 이번 사건의 증거들을 검토하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를 체포하지 않아 전국적으로 인종차별 시비의 표적이 됐던 샌포드시의 빌 리 경찰서장은 22일 잠정적으로 직위해제를 자청했다.

신복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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