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삼월 피하려니 초봄 청첩장 쌓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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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찬 바람이 아직은 옷깃을 여미게 하지만 따스한 봄 햇살이 살갗을 간질이는 이른 봄이다. 남쪽에서는 매화가 활짝 피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중부지방에서도 파릇파릇 새싹이 돋아난다. 봄의 전령사는 꽃소식뿐만이 아니다. 책상 위에 쌓이는 청첩장도 봄을 알린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의 이미지와 신혼 부부의 싱그러운 출발이 서로 맞아떨어지는 봄철엔 결혼식이 많다. 그런 걸 감안해도 새 봄을 맞은 요즘 결혼식이 유난히 많다.

 주말마다 결혼식이 이어지는 것은 윤달에는 결혼하는 게 아니라는 속설이 남아 있는 탓이다. 올해는 윤달(음력 윤삼월)이 양력 4월 21일~5월 20일 사이에 끼어 있고, 이때를 피하다 보니 벌써부터 결혼식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음력에서 윤달을 넣는 것은 음력 1년(354일)이 양력 1년(365일)보다 11일이 짧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통 양력으로 19년이 지나가는 동안 음력에서는 7번의 윤달을 끼워 넣는다.

 예부터 우리 조상들은 윤달을 ‘썩은 달’이라 해서 귀신도 쉬는 기간으로 여겼다. 윤달을 기다렸다가 이사나 이장(移葬)을 하고 수의(壽衣)도 마련했다. 반면 돌아가신 조상이 찾아오지 못할 것이란 생각에 결혼식을 피하는 풍습도 생긴 것이다.

 이번 주말과 휴일엔 다소 쌀쌀하겠지만 나들이엔 문제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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