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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릭스 각개격파로 공략할 때 … 나라별 성장 가능성 큰 차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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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Q : 2007년 2월 한 외국계 운용사의 ‘브릭스(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펀드에 1억원을 투자했습니다. 투자 후에는 금방 수익이 많이 나서 좋았는데 그 다음부터는 영 시원치 않더군요. 하지만 언젠가는 오를 거라 기대하며 계속 들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어느덧 투자기간이 5년을 넘었습니다. 현재 2000만원 정도 수익을 냈습니다. 원금을 까먹은 다른 브릭스 펀드 투자자에 비하면 나은 편이지만 그동안 이 펀드 때문에 마음고생한 거에 비하면 정기예금 이자 수준의 수익은 성에 차지 않는 게 사실입니다. 지금이라도 환매해서 다른 상품으로 갈아타야 할까요? 아니면 계속 보유해야 할까요?

[중립] 투자 비중 20% 안 된다면 묻어둬야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조건부 보유’입니다. 가입한 브릭스 펀드의 5년 누적성과가 플러스 20% 정도라면 슈로더 브릭스 펀드로 판단됩니다. 비슷한 시기에 판매된 다른 브릭스 펀드가 지난 5년 동안 대부분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걸 감안하면 우선 펀드 선택은 좋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 가입 시점도 남보다 몇 달 빨랐네요. 이 두 가지 요인이 결합해 결과적으로 자산을 지킬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요. 먼저 브릭스에 아직도 고수익을 낼 만한 투자 기회가 있는지를 판단해야 합니다. 브릭스 국가는 선진국 대비 재무건전성과 금리인하 정책, 외국인 자금 유입 등으로 최근 주가와 통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또 최근 세계 유동성이 고수익 위험자산 쪽으로 흘러들 가능성이 커 브릭스가 대표적인 수혜지역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향후 전망이 비교적 유망하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나 투자한 1억원이 본인의 전체 자산에서 어느 정도 비중인지에 따라 다른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만일 이 금액이 전체 금융자산의 20%가 넘는다면 지금이라도 자산 리밸런싱(자산배분 재조정)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결과론적인 비교이긴 하지만 지난 5년간 국내 주식형 펀드 수익이 브릭스 펀드에 비해 2~3배 높았습니다. 브릭스 펀드 대신 국내 주식형 펀드에 투자했다면 더 나은 성과를 거뒀을 것이라는 얘기죠. 또 5년 성과는 슈로더 펀드가 좋았지만 최근 3년 성과는 다른 브릭스 펀드가 더 좋았습니다. 그냥 장기로 묻어두는 게 아니라 이렇게 자산의 일정 부분을 리밸런싱하는 방식의 사후관리를 하는 게 장기적으로 더 높은 수익률을 가져다 줄 수 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가입한 펀드 이외의 다른 펀드의 성과를 꾸준히 비교하시길 권합니다. 현재는 브릭스에 대한 전망이 좋은 편이니 보유하는 게 맞지만 지역별·상품별 투자 비중에 따라 일정 금액을 다른 펀드로 갈아타실 것을 권합니다.

 만약 이 브릭스 펀드 비중이 전체 금융자산의 20%가 되지 않고 다른 국내 주식형·해외 펀드를 고루 갖고 계시다면 불필요한 갈아타기보다는 그냥 보유하시는 편이 낫습니다. 하지만 조만간, 예컨대 상반기 이내에 이 돈을 쓸 용도가 있다면 지금부터 당장 분할 환매를 통해 리스크 관리를 하면서 수익을 현실화해야 합니다.

박미경 한화증권 PB본부장 상무

[중립] 러시아는 매도, 인도·중국은 매수

장기간 묻어둬도 되는 자산인지 우선 여쭤보고 싶습니다. 그게 아니라면 다른 대안을 고려해 보시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거꾸로 말하면 장기간 잊어도 될 만큼 이 브릭스 펀드가 전체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은 것이라면 장기 보유해도 좋다는 얘기입니다. 우선 브라질은 원자재 수출과 내수 소비의 성장동력이 있습니다. 러시아는 석유 수출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편입니다. 중국은 수출에 의존하던 데서 내수 확대로 경제구조의 변화를 꾀하고 있습니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인도는 상대적으로 인프라가 부족해 인플레이션에 취약하지요.

 연초 이후 국가별 주가 상승률(러시아 25.4%, 브라질 19.4%, 홍콩H 18.1%, 인도 14.1%)이 차이가 나는 이유도 이러한 특성을 반영했기 때문입니다. 러시아와 브라질은 세계 유동성 확대와 더불어 원자재 가격 상승의 수혜, 홍콩 H주는 주요 수출국인 미국의 회복 신호 덕분에 상승폭이 컸습니다. 인도는 상대적으로 인플레이션 부담으로 주가 상승이 덜한 편입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브릭스 펀드 투자 수익률은 어떨까요.

 주식 투자는 크게 가치투자와 성장투자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저평가된 주식을 골라 투자하는 게 가치투자, 성장성에 초점을 맞춘 게 성장투자입니다. 브릭스 펀드는 대표적인 성장투자입니다. 이들 시장은 가치에 기반한 투자 수익률이 별로 좋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낮아진 밸류에이션만 보고 중국에 투자했다면 큰 손실을 봤을 것입니다. 반대로 2010년 주가수익비율(PER)이 높다는 이유로 인도에 투자하지 않았다면 수익 기회를 놓친 겁니다. 러시아는 언제나 저평가 상태라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브릭스 경제의 성장성에 대해서는 의심을 안 해도 좋습니다. 러시아를 제외한 나머지 브릭스 국가들은 향후 수년간 고도성장을 할 겁니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절대치는 낮아지지만 선진시장에 비하면 압도적입니다. 하지만 주의할 점도 있습니다. 기업의 이익 성장성이 둔화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장기적으로 증시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이익의 양적 성장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나라별로 따로 살펴보면 러시아는 매도, 브라질은 매수, 중국과 인도는 서서히 매수를 늘리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종합적으로 볼 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브릭스펀드를 보유해도 된다는 의미입니다.

조완제 삼성증권 투자컨설팅 팀장

[매각] 마케팅 성공 상품 … 실망감 안겨

결론은 ‘팔아라’입니다.

 브릭스 는 2000년대 이후 경제성장을 거듭하는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4개국의 첫 글자를 따 만든 이름입니다. 지금 생각해도 기가 막힌 작명입니다. 이들 국가에 투자하는 브릭스 펀드는 한 번의 투자로 소위 ‘뜨는’ 4개국에 동시에 투자함으로써 국내에서 맛볼 수 없는 성장을 만끽할 수 있게 해줘 전례 없는 인기를 끌었습니다. 브릭스 펀드는 마케팅으론 성공한 상품입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론 투자자에게 실망을 안겼습니다. 한국을 넘어 성장 국가에 분산투자하자는 개념은 좋았지만 세 가지 치명적인 단점을 안고 시작한 상품이었기 때문입니다. 우선 국내에서 브릭스 펀드 열풍이 분 시기가 좋지 않았습니다. 골드먼삭스가 브릭스 개념을 소개한 건 2003년이었습니다. 하지만 국내에선 이미 고수익이 확인된 2007년에 가장 많이 투자했습니다. 국내 투자자들이 이 펀드에 자금을 대거 집어넣기 시작한 시기는 이미 브릭스 국가의 주가가 상당한 고점에 올랐던 시점이었다는 말입니다.

두 번째 실수는 성장과 주가가 반드시 같이 가지는 않는다는 점을 간과했다는 것입니다. 국내 증시 역시 한국 기업이 초고속 성장을 하던 시절엔 오히려 종합주가지수가 1000선에 막혀 있었습니다. 기업 매출은 경제성장에 따라 늘었지만 고금리와 인플레에 따른 비용 증가로 이익이 그만큼 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브릭스 국가는 성장성이란 공통점은 있지만 개별적으론 경제구조가 다르다는 사실을 과소평가했습니다. 예컨대 브라질과 러시아는 자원부국으로 원자재의 상승이 경제에 약이 되는 반면, 중국과 인도는 각기 제조와 서비스 대국으로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경제성장을 저해합니다. 브릭스 펀드 가입자는 세계경제의 국면에 따라 우산장수와 짚신장수 아들 둘을 둔 어머니와 같은 입장에 처하게 되는 것이죠. 이런 점 때문에 브릭스 펀드보다는 차라리 분리해서 투자할 것을 권합니다. 개별 국가 펀드에 가입하는 방법입니다. 중국 기업이 경제성장 국면을 잘 활용해 이익을 늘려갈 것 같다고 판단한다면 차라리 그냥 중국 펀드에 가입하십시오. 그보단 원자재 수요가 더 늘어날 걸로 보신다면 브라질이나 러시아 펀드에 가입하십시오.

최준철 VIP투자자문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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