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차 최종 부도] 왜 이렇게 됐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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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자동차가 최종 부도처리 되면서 국민경제에 큰 부담이 지워지게 됐다. 그동안 추진하던 매각협상에 차질이 예상되며, 11조원의 자금을 빌려준 금융기관의 채권회수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도대체 무엇을 했느냐는 지적이 강하게 일고 있다.

◇ 워크아웃 동안 뭐했나=지난해 8월 워크아웃에 들어간 대우차는 1년여 제대로 된 구조조정을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핵심부품을 수입에 의존하는 등 원가부담이 커 수익구조가 취약했지만, 수익구조를 바꾸려는 구조조정보다는 매각할 때 제값 받기에 유리하다며 채권단의 지원을 받아 무리하게 영업한 탓" 이라고 지적했다.

대우차는 올 상반기 약 1조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매출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13% 늘어난 3조8백23억원을 기록했으나 영업손실이 3천1백93억원, 이자를 포함한 경상손실이 9천2백82억원에 달했다.

대우차의 금융기관 차입금은 6월 말 현재 11조6천억원인데, 이 가운데 대우사태가 터진 지난해 7월 이후 새로 지원받은 돈이 2조5천억원이다. 대부분 내수판매와 수출을 제대로 하겠다며 받은 자금지원이었다.

대우차 공장의 가동률도 크게 떨어졌지만 직원수는 거의 줄지 않았다. 최근 대우차 군산공장의 가동률은 70%, 부평공장은 50%에 불과한 상태다.

지난해 8월 1만7천9백87명이던 대우차 직원수는 지난 9월까지 1천4백86명이 줄었다. 특히 부평공장은 직원 3백7천6백여명 가운데 올 9월까지 3백60여명을 줄였다.

더구나 정주호 전 사장은 지난 8월 노조와 '5년간 고용 보장한다' 는 고용안정 특별협약까지 맺었다. 대우차의 인건비는 매출액의 12%에 이른다.

대우차는 판매를 대행하는 대우자동차판매에 동종 업계(차값의 9~10%)보다 높은 17~18%를 지급해 부실을 키웠다.

대우차 13개 해외생산공장 가운데 상당수는 현지 수요보다 과도한 생산설비를 갖추고 현지 정부와 일정기간 고용보장을 약속, 부실을 더 키우는 요인이 됐다.

◇ 협상 결렬 이유=채권단.대우차 경영진과 대우차 노사는 협상과정 내내 구조조정 동의서 문제를 놓고 팽팽하게 대립했다.

채권단은 "한달에 1천억원씩 손실을 보고 있는 대우차에 추가 지원하려면 인원조정을 통한 구조조정을 해야 하고 여기에는 노조 동의서가 반드시 필요하다" 는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

엄낙용 산업은행 총재는 "경영 정상화를 위해 노조협력이 불가피했다. 올 8월 단체협상 때 5년 동안 구조조정을 할 수 없게 정했으며 이럴 경우 제너럴모터스(GM)와의 매각협상이 차질을 빚게 된다" 고 말했다.

그러나 노조는 "동의서는 대량 감원을 의미한다" 며 "체불임금(1천억원)을 먼저 해결하라" 고 주장했다.

채권단은 최근 아서 앤더슨에 대우차에 대한 경영 컨설팅을 의뢰, 대우차 회생을 위한 근본적인 구조조정 방안을 자체적으로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노조가 협상과정에서 제기한 해고 근로자 복직 문제도 채권단과 경영진은 "인원을 줄여야 하는 시점에 들어줄 수 없다" 고 거절했다.

◇ 향후 전망=대우차는 최종 부도처리 되자 "향후 회사운영 방향에 대해 채권단과 충분한 협의를 거쳐 결정할 계획" 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대우차는 조만간 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할 것으로 보인다.

대우차는 법정관리 후 현재 진행 중인 GM과의 협상 등 매각을 계속 추진하는 쪽으로 회생의 가닥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GM과의 협상은 당분간 지연되는 등 일부 차질도 우려된다. 대우차 관계자는 "GM도 대우차의 상태가 워크아웃에서 법정관리로 변한 만큼 이에 따른 대우차의 처리방안 등이 나오기 전까지는 선뜻 인수 의사를 밝히기 힘들 것" 이라고 말했다.

법원에서 재산보전신청을 받아들이고 채권.채무를 확정짓는 등 법정관리의 절차를 거치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당초 GM은 예비실사를 마치고 이달 중순께 본격 인수협상을 할 것인지에 대한 입장을 표명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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