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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 걸맞은 e-MBA 과정 운영을"

중앙일보

입력

요즈음 중요한 사회적 쟁점 가운데 하나로 의약분업 문제를 들 수 있다.

의사들은 의사들대로, 약사들은 약사들대로 한쪽이 얻으면 다른 쪽이 잃어야 하는 소위 ''Win.Lose 게임'' 을 지리하게 계속하고 있다.

양쪽이 변화된 패러다임을 보지 못하고, 구시대적 관점에서 단세포적으로 서로의 희생만을 요구한다면 모두가 우매한 집단으로 비쳐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더욱이 의약분업 문제에는 네트워크가 확산되는데 따라 야기될 수밖에 없는 정작 중요한 문제들을 간과하고 있다.

예를 들면 의사가 처방을 컴퓨터로 입력한 뒤 환자에게 처방전을 넘겨주면 환자는 이를 약국에 가서 보여주고 약사가 처방내용을 재입력한 뒤 환자에게 약을 넘겨주고 있다.

의사는 의사대로 온라인화된 것을 굳이 환자에게 오프라인 형태의 처방전으로 넘겨주고, 약사는 오프라인 처방전을 또 다시 온라인에 연결하면서 중복된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 무슨 아이로니컬한 일인가. 네트워크에 대한 관점만 있다면 의약관련자들은 물론 국민에게도 ''윈윈게임'' 을 할 수 있는데 말이다.

의약분업을 비롯한 많은 문제들은 네트워크 시대를 바로 읽고 그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관점이 없어 생긴다고 본다.

성공과 실패를 반복하는 벤처기업도 마찬가지다. 네트워크 시대에 맞는 진정한 의미의 건설적 위험과 위기의식을 갖고 벤처기업을 경영하는 최고경영자(CEO) 가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온나라를 들쑤셔놓은 소위 ''정현준 게이트'' 는 정도경영이 아닌 투기경영이 빚은 사건으로 과연 우리나라에 새로운 경영자가 얼마나 되는가를 반문케 한다.

그동안 많은 경영대학은 기존 전통기업들이 필요로 한 이른바 ''산업화시대'' 의 경영자를 길러내는 MBA과정을 운영해 왔다.

그러나 이러한 구시대적 MBA과정은 새 시대에 적응할 수 있는 소위 ''e - MBA과정'' 으로 하루빨리 변화해야 한다.

새 시대를 ''디지털화 시대'' 또는 ''네트워크 시대'' 등으로 얘기한다. e - MBA과정이야말로 네트워크.디지털.커뮤니케이션 등의 복합적 기술에 접목한 경영교육이다.

정보기술, 특히 인터넷을 바탕으로 이뤄지는 e-비즈니스 혁명은 단순한 정보기술의 변천이나 경영 패러다임의 새로운 모습만이 아니다. 이것은 ''진행형의 혁명'' 이라고 할수 있다.

기업의 경영환경은 기술의 바탕 위에 일대 변혁기를 맞고 있다. 네트워크상 기업간의 경쟁 및 제휴의 심화, 디지털 고객의 다양한 필요 등에서 더 나아가 디지털 고객들은 기존의 고객만족 수준이 아닌 네트워크를 통한 ''가치충격'' 을 기대하고 있다.

따라서 급변하는 시대에 우리나라가 갖고 있는 특유의 문화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시각의 글로벌 경영자를 양성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마치 네모난 얼음을 별 모양의 얼음으로 바꾸는 과정과 같다. 이를 위해선 먼저 네모난 모양의 얼음을 녹이고, 별 모양의 틀에 집어넣고, 마지막으로 냉동시키는 단계가 필요하다.

지금 각 대학들이 e - MBA화를 거부한다면 얼음을 냉동시키는 것이 아니라 녹이는 것과 마찬가지다.

지금 많은 경영대학들은 얼음을 녹이고 별 모양의 틀에 집어넣는 일까지는 하고 있지만 이를 다시 냉동시키는 것에 소홀하다.

스펜서 존슨의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라는 책에서와 같이 변화하지 못한 학교들이 몇 년 뒤 똑같이 과거의 집착적 우문(愚問) 을 던지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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