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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50·수리온 개발 자료 수북…사전통보 없이 누구도 출입 못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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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경남 사천의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공장에서 KAI가 독자 개발한 고등훈련기 T-50을 조립하는 모습. KAI는 에어버스로부터 12억 달러 여객기 부분품 공급 계약을 따냈다. [사천=변선구 기자]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유럽 에어버스사로부터 12억 달러(약 1조3500억원)짜리 계약을 따냈다. 국내 항공산업사상 최대 규모다.

 김홍경(68) KAI 사장과 에어버스사의 파브리스 브레지에 최고업무책임자(COO)는 20일(한국시간) 프랑스 툴루즈에서 ‘A320 날개 하부구조물 계약 수여 서명식’을 했다. 계약에 따라 KAI는 2014년부터 2025년까지 연 500대 규모의 A320 날개 하부구조물을 독점 공급하게 된다. A320의 생산이 2030년까지 연장되면 수주액은 17억 달러까지 늘어난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국내 항공사상 최대인 12억 달러(약 1조3500억원)짜리 수주계약을 맺었다. 2025년까지 에어버스사의 A320기 부분품을 독점 공급하는 계약이다. 고등훈련기 T-50과 수리온 헬기를 자체 개발한 기술력을 인정받은 결과다. 사진은 경남사천의 KAI 공장에서 엔지니어들이 수리온 헬기를 만드는 모습. [사천=변선구 기자]

 중앙일보는 계약 체결에 앞서 19일 경남 사천의 KAI 공장(제2사업장)을 찾았다. 정문 안내소에선 공군 제복을 입은 군인이 난감한 표정으로 직원과 얘기를 나눴다. 미리 통보를 않아 안에 들어가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공군이 우리의 최대 고객이지만 방위산업체인 데다 내부에 우리가 개발한 T-50이나 수리온 등에 대한 자료가 쌓인 만큼 미리 출입 요청을 안 하면 들어갈 수 없다”는 게 KAI 측의 설명이었다.

 국제공동개발 설계팀에 들어서자 대형 모니터 앞에서 작업 중인 100여 명의 엔지니어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개발 단계의 보잉787과 A350 날개 구조물에 대한 설계가 이뤄지는 곳이자 T-50과 수리온 헬기 개발의 산실이다.

박규철(51) 설계팀장은 “군수산업에서 쌓은 기술력을 인정받아 민수업체인 보잉과 에어버스로부터 주요 구조물에 대한 설계 및 제작을 수주했다”고 말했다. 설계실과 인접한 정비실에선 아프가니스탄의 실제 전투에서 사용된 미 해군의 아파치 헬기를 볼 수 있었다. 두 달여의 작업 끝에 사막의 먼지를 털어내고 깔끔하게 칠을 다시 한 헬기 한 대가 미군 측에 건네지면 10억원가량을 벌 수 있다고 한다.

 인근 1사업장 항공동에선 이미 완성된 형체를 갖춘 T-50과 수리온 헬기 등에서 기술자들이 막바지 작업을 하고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직원들은 에어버스와의 12억 달러짜리 계약을 화제에 올리며 “바빠도 좋으니 더 많은 수주가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이번 수주의 주역은 민간사업본부장인 이성종(52) 전무다. 이 전무는 “영국·인도 회사와 마지막까지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며 “20년 이상 에어버스와 협력하며 사업 능력과 기술력을 인정받은 게 주효했다”고 말했다. 그는 “반도체산업보다 규모가 큰 세계 항공업계에서 각국의 국방비 감축에 따라 군용기 시장이 위축되는 반면 여객· 화물의 수요는 증가하고 있다”며 “앞으로 중대형 민항기가 성장을 주도할 것이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KAI도 본격적으로 민간 수요 쪽에 역점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2000년 983억원이었던 KAI의 민수 매출도 올해 8590억원으로 9배가량 성장할 전망이다.

사천=이가영 기자
 

T-50 한국이 자체 기술로 개발한 국내 최초의 초음속 비행기. 경공격기로도 활용될 수 있는 고등훈련기다. KAI와 미국 록히드마틴사가 1997년부터 2006년까지 2조여원을 들여 공동 개발했다. 2003년 2월 초음속 돌파 비행에 성공하고 2005년부터 양산에 들어갔다. 지난해 인도네시아 수출에 성공하며 한국은 세계 6번째 초음속 항공기 수출국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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