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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생활 지원 끊길까 취업 대신 대학 진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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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김동연 기획재정부 2차관(맨 왼쪽)이 20일 서울 을지로 기업은행 본점에서 특성화고 출신 신입행원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김 차관은 이날 고졸취업 현장 점검차 서울 용산공업고등학교와 기업은행을 방문했다.

“형편이 어려운 특성화고 학생이 취업에 성공하면 가족의 기초생활수급자 지원이 끊깁니다. 취업보다는 차라리 장학금 받고 대학에 가는 게 낫다고 여기는 저소득층 학생이 많습니다.”(서울시교육청 조용 진로직업교육과장)

 “특성화고 출신이 야간대학에 가도록 배려하고 있지만 대부분 가정형편 때문에 학비 부담이 만만치 않습니다. 동일계로 진학하는 고졸 재직자에게 장학금 등 혜택을 늘린다면 취업을 더 독려할 수 있을 겁니다.”(김경일 트윈건축사무소 대표)

 20일 서울 용산공업고를 방문한 김동연 기획재정부 2차관에게 건의가 이어졌다. 김 차관은 이날 고졸 취업지원 사업 관련 현장점검에 나서 교사와 학생, 교육청 관계자를 만났다. 용산공고는 2007년 4.6%에 그쳤던 취업률이 올해 51.73%로 가파르게 증가한 학교다. 기업과 연계한 실습 위주의 교육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고졸취업을 보다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아직 보완해야 하는 점이 많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특히 특성화고 학생 70% 정도가 차상위계층 이하 저소득층이다 보니 경제적 부담이 학생의 발목을 잡는다는 것이다.

 김 차관은 “기초생활수급자에서 탈락해도 교육급여를 계속 주는 등 정부 지원을 확대해왔지만 여러 가지 상황을 더 검토해 보겠다”고도 덧붙였다. 간담회 참석자들은 “정권이 바뀌면 정부의 고졸 취업 정책이 흐지부지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내놨다. 올해엔 6356억원의 고졸 취업지원 예산이 지원되지만, 앞으로도 지속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다. 김 차관은 “정부 정책 방향의 지속성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김 차관은 이 자리에서 “저도 38년 전 상고를 졸업한 실업계 출신이라서 고졸 취업지원을 남다르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덕수상고를 나온 김 차관은 신탁은행에 입행한 뒤 야간대학(국제대 법학과)을 다니며 공부해 행정고시에 합격했다. 그는 “일찍 직장을 얻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다”며 “취업 뒤에도 끊임없는 자기계발을 할 수 있도록 균형 잡힌 교육을 해달라”고 학교 관계자에게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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