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채(67) KT 회장이 회사를 ‘글로벌 미디어 유통그룹’으로 변신시키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이 회장은 19일 서울 세종로 KT 올레스퀘어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새 먹거리인 가상상품의 글로벌 유통을 선도해 2015년까지 그룹 매출 40조원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가상상품(Virtual Goods)’은 콘텐트나 앱처럼 온라인이나 모바일 공간에서 거래되는 상품이다. 이 회장은 “융합의 시대에는 통신 그 자체보다 망 위에서 생산·소비·유통되는 가상상품에 주목해야 한다”며 “KT가 한류 콘텐트를 앞세워 해외 시장 공략을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계열사별로 구체적인 협력방안도 내놨다. 자회사인 엔써즈가 갖고 있는 콘텐트 검색기술을 각 사가 공유하고, 유통회사인 유스트림이 한류 영상 콘텐트를 전 세계에 공급하며, 이 과정에서 용량이 큰 데이터는 클라우드 기술이 뛰어난 넥스알의 도움으로 압축하는 방식으로 협업할 계획이다. 또 지난해 한·중·일 3개국 통신사업자가 함께 만든 앱 장터 오아시스(OASIS)를 유통 창구로 활용할 계획이다. KT는 콘텐트 유통의 모든 과정을 통합 관리한다. 이 회장은 “얼마나 효율적인 업무 네트워크를 건설하느냐에 가상재화 시장의 승패가 달려 있다”며 “그룹 내 모든 역량을 총동원하겠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이날 “통신요금 인하 압박이 크다”는 기자들의 질문에 “통신료가 비싸다고 느끼는 건 단말기 가격이 비싸기 때문”이라는 견해를 내놨다. 그는 “제조사가 해외에서 400~500달러에 파는 단말기를 국내에서는 900달러에 출고한다. 국내 소비자들이 단말기 값을 공정하게 물고 있는지 심각하게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전 세계 통신사 매출이 19.1% 성장했지만 국내 통신 3사는 가입자당 매출(ARPU)이 하락했다”며 “현재와 같은 통신 서비스를 3년 전에 누렸으면 통신요금을 100배는 더 내야 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마트TV 접속 차단으로 촉발된 망 중립성 논란에 대해서는 “공짜 점심은 없다”는 말로 요약했다. 그는 “내 집에 들어오는 수도관 중간에 누군가 돈도 안 내고 파이프를 꽂아 돈 한 푼 안 내고 무한정으로 빼쓰고 있다면 그냥 둘 수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근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임원 연봉을 10% 반납하기로 한 것에 대해서는 네트워크 투자비를 마련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올해는 LTE망 구축 등 예년보다 20% 이상 투자비가 더 들어갈 것”이라며 “이를 조달하려면 내부에서부터 허리띠를 졸라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태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