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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이름 회사 만들어 사무용품 독점 납품한 농수산물공사 임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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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현직 서울시 농수산물공사 임원이 대학생 딸의 이름으로 사무용품 회사를 세워, 국내 3대 도매시장인 서울 가락·강서의 관리용품을 2년간 독점 납품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사 전직 임원과 짜고 물품 대금을 부풀려 빼돌린 사실도 밝혀졌다.

 감사원은 서울시 농수산물공사 조영태 강서지사장의 이 같은 비위를 적발해 서울시에 징계처분을 요청했다고 18일 밝혔다. 그는 현재 서울 강서도매시장을 총괄하고 있으며, 지난해 11월 농수산물공사 김주수 사장이 인사비리에 휘말려 물러나자 지난달까지 사장직을 권한대행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조 지사장은 농수산물공사 유통본부장으로 근무하다 2008년 5월 퇴사해 식자재 유통업체인 B사 상임고문을 맡았다. B사는 2008년 공사 퇴직 임원들이 100% 출자해 세운 회사로, 설립 직후 공사와 340억원의 수의계약을 맺어 국내 농산물 도매 거래의 50%를 차지하는 가락·강서·양곡 도매시장의 청소·주차 업무를 3년간 보장받았다. B사 사장 감모씨 역시 공사 임원 출신이다. 조 지사장은 당시 대학교 4학년 휴학 중이던 딸의 이름으로 사무용품 회사를 개업하고는, 감 사장에게 “일감을 달라”는 청탁을 넣었다. B사는 그 즉시 기존 거래처와 거래를 끊고 연간 수억원의 물량을 조 지사장 딸의 회사에 몰아줬다.

 조 지사장은 2009년 강서지사장으로 공사에 다시 입사했고, B사와의 부당거래도 계속했다. 감사를 피하려고 이번에는 딸 대신 B사 직원의 조카 이름을 사장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납품 대금은 여전히 조 지사장 딸의 계좌로 꼬박꼬박 이체됐고, 실제보다 물품을 많이 구입한 것처럼 부풀려 B사가 공사 돈을 빼돌리는 것을 돕기도 했다.

 감사원이 이에 대해 추궁하자 조 지사장은 “B사에 납품할 수 있도록 청탁한 적도 없고, 대금 부풀리기는 아무것도 모르는 딸이 B사가 시키는 대로 한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감사원 조사 과정에서 B사 관계자들은 조 지사장이 청탁한 사실을 시인했으며, 조 지사장과 B사 직원 사이에 돈이 오간 것도 확인됐다. 조 지사장은 감사원에 비위가 포착된 이후에도 농수산물공사 사장 공모에 응했고, 최종 후보 3인에까지 포함돼 현 이병호 사장과 경합을 벌였다. 하지만 부당거래 사실이 드러나 탈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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