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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질녘 용구름 산타고올라 김삿갓도 감탄 영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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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주말 잘 보내셨어요?’ ‘뭐 그냥…집에 있었죠.’ 주중 내내 일했으니 주말쯤은 집 안에 콕 박혀 있어도 됩니다. 아침 10시쯤 눈을 떠서 밥 먹고 뒹굴뒹굴…정신이 좀 들 만하면 오후 3시. 토요일은 피로를 푸는 데 쓰고, 일요일은 다음 날 회사 갈 생각에 피로를 쌓으며 보냅니다. 정말 이게 최선입니까? 때로는 눈 딱 감고 떠나보세요. 계획? 필요없습니다. 중앙일보 기자들이 함께합니다. 둘만 모여도 할 말 많은 기자들이 실시간 우르르 움직이는 ‘1박2일’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이번 주는 진짜로, 정말로 피곤하시다고요? 그럼 다음 주엔 꼬~옥입니다. 첫 코스는 선비의 숨결과 사과향기가 가득한 경상북도 영주(榮州)입니다! 

이소아 기자

저녁 6시. 경북 영주 ‘부석사’의 예불이 시작된다. 스님이 구름 모양의 운판을 두드리자 맑고 은은한 소리가 울려 퍼진다. 불교에서는 그 소리가 허공을 헤매는 고독한 영혼과 모든 중생을 구제한다고 한다. 저 멀리 소백산맥을 타고 넘는 구름이 신비롭기까지 하다. [사진=박종근 기자]

10:20 ~ 서울 중구 출발

연우? 보슬비란 뜻이야

3월 2일 금요일. 아침부터 가랑비가 부스스 내린다. 전날까지 날씨가 좋았는데 아쉽다.

 출발시간 오전 10시20분. 기자 일곱 명을 태운 승합차가 서울 순화동 중앙일보 사옥을 출발했다. 김호준 기자가 운을 뗀다. “비가 계속 오네. 그런데 ‘연우’는… 무슨 비지?” 이세영 기자가 즉시 말을 받는다. “안개비, 보슬비란 뜻이지.” 이런, 또 ‘해품달(‘해를 품은 달’·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인기 드라마)’ 얘기다. 연우는 이 드라마의 여주인공 이름이 아닌가. 드라마는 여자들이 좋아한다던데 여기선 40대 남기자들이 ‘광팬’이다. 낮 12시. 여행길엔 역시 휴게소에서 먹거리를 사는 재미를 빼놓을 수 없다. 문막휴게소에서 호두과자·맥반석오징어·쥐포를 샀다. 휴게소에서 주변의 관광지를 소개한 안내서도 얻었는데 내용이 제법 알차다. 조수석에 앉은 박종근 기자가 ‘희방사’ 얘기를 꺼냈다. 고2 때 첫사랑이 그 근처에 살았단다. 나머지 멤버들은 “첫사랑은 추억으로 남기라”며 ‘킬(기자들이 쓰는 용어로 어떤 기사를 쓰지 않기로 결정한다는 뜻)’을 외쳤다. 차는 쭉쭉 달려 죽령터널을 약 5분 만에 주파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4.6㎞짜리 터널이란다. 곧 풍기IC로 진입해 톨게이트(9000원)를 통과한다. “우와~!!” 좌우가 온통 사과·인삼 판매장이다. 오후 1시. 드디어 영주다!

13:00~13:45 영주 도착 후 점심

할머니 32년 손맛 전통묵집

영주의 3대 음식은 메밀묵·사과·한우다.

육수에 만 메밀묵과 조밥으로 차린 묵밥.

현지 사람들에게 물어 제일 먼저 찾은 곳은 순흥면의 ‘전통묵집’. 평일인데도 주차장이 만석이다. 메뉴는 ‘묵밥’ 하나. 단출한 차림표에서 32년 역사의 맛집 포스가 느껴진다. 다행히도 반찬은 명태무침·배추김치·깍두기·참나물 등 10가지나 된다. 메밀묵 한 사발과 노란 조밥이 함께 나온다. 어른 손가락만 한 묵가락이 육수에 담겨 있는데 조밥을 넣어 훌훌 말아먹는다. 국물은 따뜻하고 묵은 부드러워 목으로 잘 넘어간다. 여기에 순흥선비주(막걸리) 한잔을 곁들이니 온몸에 따뜻한 기운이 감돈다. 주인인 정옥분(82) 할머니는 부엌 한쪽에 앉아 묵묵히 묵을 썰고 계셨는데 그 고르기가 한석봉 어머니가 울고 갈 정도다. 식사를 마치고 소감 한마디. “솔직히 메밀의 맛과 향을 잘 모르겠다. 다들 진짜 맛을 알고 먹는거야?”(이은주), “종소리는 안 났지만 6000원 주고 충분히 먹어볼 만하다”(김호준)는 의견이 나왔다. 묵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이소아 기자는 무조건 대만족. 수저를 놓고 과식했다는 반성이 몰려올 즈음, 누군가 말한다 “묵밥은 30~40분만 지나면 배가 꺼진대.”

13:50~16:35 선비체험과 소수 서원

찻잔은 술잔처럼 한 번에 꺾는 게 아니다

선비문화수련원의 난 그리기 체험. [사진=박종근 기자]

영주에서 이름난 볼거리는 차로 30분 거리 이내에 몰려 있다. 첫 행선지인 ‘선비문화수련원’은 묵집에서 차로 5분 거리다. 다도(茶道)·유복배례법(옷 갖춰 입고 절하기)·사군자 그리기 등을 체험해 볼 수 있는 특별한 곳이다. 가격은 프로그램당 약 20만원(단체 기준). 주로 학교와 기업 등 단체에서 이용하는데, 마침 영주 제일고등학교 학생들이 참여하고 있었다. 기자들도 40분에 걸쳐 체험에 나섰다. 백성호 기자는 선생님으로부터 “난을 치라고 했더니 왜 잡초만 치고 있느냐”는 평가를, 다도에 참가한 이소아 기자는 “찻잔은 소주잔처럼 한 번에 꺾는 게 아니다”란 지적을 받았다. 유복배례법 강좌에 들어갔던 이세영 기자는 땀으로 범벅해 나타나서는 “절하는 법을 제대로 배웠다. 와, 이거 운동도 된다”며 뿌듯해했다.

 수련원에서 몇 걸음만 떼면 소수서원이다. 1542년 풍기군수 주세붕이 세운 우리나라 최초의 사액서원, 즉 사립대학이다. 입구에 키 큰 소나무들이 울창하다. 대충 카메라를 들이대도 ‘작품’이 나올 것 같은 풍경이다. 영화 ‘쌍화점’과 드라마 ‘인수대비’ ‘해품달’ ‘추노’도 여기서 찍었다고 하니 갑자기 더 친근하게 느껴진다.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이라는 붉은 나무, 임금님의 관을 짜는 데 쓰였다는 주목(朱木)도 눈에 띈다. 서원 내 소수박물관에는 퇴계 이황(1501∼1570)이 1568년 당시 17세이던 선조에게 올렸다는 ‘성학십도’의 병풍과 목판이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도 탐낸다는 귀한 유물이란다. 한데 박물관 외벽엔 생뚱맞게 네모난 구멍이 뚫려 있다. 지나친 다음 휙 뒤돌아보면 그 안에 하늘과 소나무가 그림처럼 안에 걸린다.

16:57~18:20 부석사

저녁에 올라가야만 볼 수 있습니다

해질녘 부석사 경내를 둘러보는 기자들. [사진=박종근 기자]

드디어 여행의 하이라이트인 ‘부석사’다. 소수서원에서 차로 25분 정도 걸린다. 부석사가 어떤 곳인가. 역사에 관심 없는 사람이라도 고(故) 최순우 선생(1916~1984·미술사학자, 전 국립박물관장)의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기대서서』란 책 제목이 절로 떠오르는 곳 아닌가. 그런데 춥고 지쳤다. 문화해설사가 명랑한 목소리로 주위를 환기시킨다. “양옆에 있는 가시덤불은 탱자나무예요. 은행나무도 있고 산수유나무도 있어요. 산수유 아세요?” 저질 체력의 이도은 기자와 이소아 기자가 추위에 떨며 심드렁하게 답한다. “네… 남자한테 참 좋은 거잖아요.”

 부석사 경내로 들어서려면 가파른 계단을 수십 개 올라야 한다. 그런데 벅찬 선물이 기다리고 있다. 숨이 차서 멈춰 뒤돌아 보면… 소백산맥 산자락들이 굽이굽이 한눈에 펼쳐진다. 다시 오르다 멈추고 뒤돌아 보면 아까와는 또 다른 장관이다. 숨도 차고, 가슴도 벅차고 정신이 없다.

 1300년 된 고찰이 주는 첫 느낌은 어떨까. 장엄하고 압도적일까. 모두 한목소리로 외친 말은 “굉장히 예쁘다”였다. 서로 다른 경사진 땅에, 서로 다른 시대마다 조금씩 지어진 건물과 정원이 어쩌면 이렇게 아기자기하고 아늑할 수 있을까. 여기서 잠깐. 지장전 마당에 서서 ‘안양루(安養樓)’와 ‘무량수전(無量壽殿)’을 잘 맞춰보면 부석사 현판 아래 공중부양한 부처들이 보인다. 기둥 위 공포(지붕 무게를 받치기 위해 댄 나무) 사이로 무량수전의 금색과 갈색 띠가 햇빛에 반사돼 보이는 착시현상이다. 그런데 착한 사람일수록 잘 보인다고 한다. “보인다!” “부처가 다섯이나 있네” “난 여섯!” “빨간 가사까지 걸쳤네.” 앞다퉈 소리를 지른다.

빛을 받으면 기둥 사이로 보이는 부처 ‘공포불(?包佛)’. [사진=박종근 기자]

다음은 무량수전이다. 무량수전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이다. 이도은 기자는 “다른 건 몰라도 레드·그린·옐로 컬러가 절묘하게 어울린다”고 한마디. 그 유명한 배흘림기둥은 ‘37-49-43’cm로 배흘림 양식의 표본이요, 고려시대 이래 4t 무게의 팔작지붕을 견뎌온 주인공이다. 무량수전 안으로 들어가니 희한하게 불상이 정면(남쪽)이 아니라 옆(동쪽)을 보고 있다. 이 불상은 서방정토에 계신다는 아미타불이다. 종교를 떠나 나란히 서서 삼배를 드렸다.

 무량수전을 나오니 오후 5시45분. 눈앞에 또 하나의 세계가 펼쳐졌다. 여러 가지 기상학적 설명이 가능할 테지만, 어쨌든 우리는 승천하는 거대한 용을 봤다. 저 멀리 용구름이 소백산맥 산파도를 타고 구불구불 올라가는 그 동안은 아무도 말이 없었다. 방랑시인 김삿갓이 19세기에 바로 저 광경을 보고 “인간 백세에 몇 번이나 이런 경관을 보겠는가”라고 읊었구나. 저녁 6시. 때마침 저녁예불이 시작된다. 스님 두 분이 ‘범종루’에 놓인 법고·목어·운판을 순서대로 치자 기다렸다는 듯 바로 옆 ‘범종각’에서 종이 울린다. 33번의 종소리는 절집을 적시고, 산을 울리고, 우리의 가슴을 때렸다. 만물이 이 소리를 듣고 깨달음을 얻으라는 뜻이 이 순간만큼은 깨쳐지는 듯하다.

19:00 ~20:50 저녁식사

가격 대비 만족도 짱, 소문난 암소갈비

마음속 깊은 감동을 얻었으나 배 속 번민은 어쩔 수가 없다. 멤버들이 입을 모아 배고프다고 아우성이다. 부석사를 나와 7시쯤 도착한 곳은 ‘소문난 암소갈비’집. 한국의 4대 한우라면 영주(경상도)·횡성(강원도)·홍성(충청도)·장성(전라도)이 꼽힌단다. 식당 주인장께선 “부드러운 암소만 취급한다”고 자랑했다. 갈빗살은 150g에 2만원. 두툼한 고기가 불판에 지글지글 구워진다. 여기도 반찬이 푸짐하다. 생굴에 각종 산나물 무침과 김치·버섯 등이 맛깔나다. 식당에선 “서울 사람들은 특히 찐 부추에 콩고물 묻힌 걸 좋아한다”며 금세 동난 반찬그릇을 다시 채워주었다. 이후 등심(170g에 1만7000원)까지 푸짐히 먹고도 된장찌개가 또 들어간다. 김 기자는 “보통 갈빗살은 질깃질깃한데, 이건 아작아작 부드럽게 씹힌다”고 묘사한다. “딱 적당히 기름지다”며 배를 두드리던 이세영 기자는 “서울에서 먹으면 정확히 두 배 가격이었을 것”이라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다이어트는 일시 중단.

21:00~ 한옥 체험

집이 숨을 쉬네 … 한옥서 살고 싶다, 나도

드디어 기다리던 한옥 체험 시간이다. 9시가 다 돼 숙소인 ‘선비촌’에 도착했다. 영주 곳곳에 있는 유서 깊은 고택 20여 채를 그대로 재현한 곳. 우리는 사랑채까지 방이 세 채인 인동장씨 종택에서 묵기로 했다. 방 하나는 어른 4명이 자기에 넉넉하다. 백 기자는 방에 앉자마자 “집이 숨을 쉬네. 너무 좋지 않니?”라며 감탄 연발. 홈페이지(www.sunbichon.net)에서 예약할 수 있는데 가격은 전화로 직접 확인해 보는 게 좋다. 인동장씨 종택의 경우 4인용 방이 14만원으로 돼 있는데 요즘은 비수기라 7만7000원이다. 대신 조식이나 특산물은 제공되지 않는다.

 선비촌의 밤. 대청마루에 앉아 위를 보니 사각의 기와지붕 액자 안에 하늘이 담긴다. 검은 하늘에 보석처럼 박힌 큰 별들이 반짝반짝 숨을 쉰다. 평면 와이드 TV가 따로 없다. 집 전체에 크고 작은 창이 나 있어 어디서든 자연과 몸을 맞댈 수 있는 구조다. 밤 10시. 이불 속에 다리를 넣고 누우니 바닥 온기에 몸이 노곤노곤 풀린다. “이대로 그냥 자?” “그럴 순 없지” 여자 셋이 마루를 지나 남자 네 명이 있는 방으로 건너갔다. 이 지역 특산물인 인삼주 통을 품에 안고서 총총. 술안주는 식당에서 얻은 인삼 튀김과 그 유명한 영주사과다. 큼지막하고 유난히 빨갛다. 갑자기 남자들끼리 힘 자랑이 벌어진다. 누가 손으로 사과를 잘 쪼개느냐! 몸이 제일 마른 김 기자가 의외로 우승. 그 다음은 박 기자. 이세영 기자는 사과를 움켜쥐고 비틀고 안간힘을 쓰며 오만상을 찌푸렸지만 실패. 이은주 기자는 “사과를 왜 얼굴로 뽀개냐”며 배꼽을 쥔다. 영주 사과는 단단해 보이는데 의외로 부드럽게 아삭아삭 씹히고 새콤달콤하다. 당초 이날 밤의 대화 주제는 ‘영주의 역사가 현대에 주는 시사점’이었다. 하지만 자정 넘게 이어진 대화는 굳이 제목을 달자면 ‘사랑과 전쟁’이었음을 고백한다…. 어쨌든 TV·컴퓨터·스마트폰이 없어도 심심할 틈은 없다. 한옥에서 머무르는 밤은 황홀했지만 딱 하나 불편한 것도 있었다. 코앞이긴 해도 화장실이 밖에 떨어져 있다는 것. 물론 깔끔한 현대식이고 온수도 펑펑 나오지만. 방마다 사람 수대로 타월도 있는데, 다음 날 남자들은 “방에 수건이 없는 게 흠”이라고 투덜댔다. 다들 샤워는 한 것 같던데 그럼 그 추운 날에 뭘로 닦았는지 아직도 말이 없다.

08:00~09:40 이틀째 아침

청국장까지 맘을 빼앗다

직접 띄운 청국장으로 만든 ‘한결청국장’.

아침 8시. 눈이 떠진다. 전날 마신 인삼주는 35도나 되는 독주인데 머리가 아프지 않다. 방문을 여니 차지만 상쾌한 공기가 훅 닥친다. 뜨끈한 방바닥에 등을 지져서 그런가 대부분 ‘잘잤다’고 인사하는데 유독 “집이 숨을 쉰다”며 좋아했던 백 기자만 잠을 설쳤단다. 선비촌 근처 식당은 비수기라 문을 열지 않았다. 예약을 미리 해야 한단다. 참고로 바로 옆 문화수련원의 단체식당을 이용해도 된다. 우리는 동네 주민이 추천한 풍기역 바로 옆의 ‘한결청국장’으로 향했다. 9시. 가게에 들어서니 구수한 청국장 냄새가 진동한다. 영주는 반찬의 천국인가. 이번엔 12가지다. 보글보글 뚝배기에 담겨 나온 청국장을 맛본 김 기자는 “된장과 청국장의 경계를 넘나들어, 청국장 못 먹는 사람도 먹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평한다. 1인분에 7000원. 지방치고 싸지 않지만 푸짐하고 맛있어 아깝다는 생각은 안 든다. 이 집엔 설렁탕(9000원)과 육개장(7000원)도 있 다.

09:45 ~10:10 영주 명물 간식

하나 먹으면 또 먹게 돼 … 정도너츠

영주의 대표 간식 ‘정도너츠’.

밥은 먹었지만 기대하던 미션이 남았다. 바로 영주의 ‘정도너츠’ 맛보기. 1982년 문을 연 이래 사람들 입을 타고 유명해진 이 지역의 자랑거리란다. 영주에 본점을 포함해 2개 점, 서울에도 선릉과 방학동에 점포가 있다. 먹어본 적이 있다는 이세영 기자 왈, “이 도너츠는… 한 개 먹으면 또 한 개 먹어야 해요.” 이 말을 듣고 다들 “고뢰?”를 외쳤다. 아침 9시45분. 파란색 간판을 단 도너츠집에 도착했다. 대표 상품인 생강도너츠(900원)를 비롯해 인삼·사과·초코·흑미·고구마까지 종류가 십여 개나 된다. 가운데가 뚫린 게 아니라 공 모양의 국내산 찹쌀도너츠다. 뜨거운 아메리카노 커피와 함께 먹는 아침 도너츠는 탁월한 디저트. 겉은 고물이 묻어 바삭하고 속은 쫄깃하고 아주 달콤하다. 양이 꽤 많았는데 금세 동이 났다. 15분 전에 아침 곱빼기로 먹은 거 맞아? 세 명의 기자는 가족 선물용으로 16개들이 박스까지 샀다. 배도 부르겠다, 서울로 가기 전 ‘무섬전통마을’에 들르기로 급히 결정했다.

10:40 ~11:30 무섬

이런 포인트가 다른 곳에 또 있을까

무섬마을은 ‘뭍섬’이란 뜻이다. 주변에 강이 돌아 흐르고 가운데 섬처럼 떠 있는 ‘육지 속 섬마을’이다. 풍수적으로 길지라서 1660년대부터 대대로 양반들이 살았다고 한다. 정도너츠집에서 차로 30분 정도 걸린다. 한옥 아홉 채가 문화재로 지정돼 있단다. 마침 이날은 초가집 지붕 이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매년 새것으로 바꿔야 한다는데 서울 촌사람들 눈엔 그저 신기해 보이기만 했다. 무섬마을의 백미는 외나무다리다.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도 뽑힌 길이다. 외부와 연결된 다리 폭은 고작 23cm 정도. 지금은 수도교가 놓여 차도 다니지만 옛날엔 이 좁은 다리 위로 가마, 심지어 상여까지 다녔다고. 반대편에서 사람과 마주치면 한 사람이 쪼그려 앉고 다른 사람이 그 등을 넘어 갔단다. 양팔을 벌리고 균형을 잡으며 걸어본다. 동네 주민은 “어지러우니 밑에 물을 보지 말라”고 알려준다. 가마 타고 왔다가 상여 타고 나간다는 고립무원 무섬마을. 조각조각 이어놓인 고즈넉한 외나무 다리 풍경이 아름답지만 왠지 쓸쓸해보인다.

11:10 ~14:00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도 영주, 영주

오전 11시10분. 드디어 서울로 출발이다. 차창 밖으로 장수초등학교가 보인다. 정문에 ‘학업성취도평가 전국 상위 5% 학교’라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우와, 대단하네!” 중·고생 자녀를 둔 박 기자는 “좋은 교장 한 분만 있어도 학교가 싹 바뀐다”고 강조했다. 누군가 “이래서 리더가 중요하다”고 동의. 토요일이라 그런지 서울에서 내려오는 영동고속도로 반대편 차선은 꽤나 막힌다. 잘 꾸며졌다고 소문난 덕평휴게소에서 잠시 휴식한 뒤 경부고속도로 서울 톨게이트까지 무사통과다. 오후 2시 서울 도착. ‘잘~다녀왔습니다!’

함께 간 기자들이 뽑은 ‘감동 포인트’

Saturday팀 기자는 모두 7명입니다. 나이요? 30~40대. 취향과 개성이오? 칠인칠색(七人七色)입니다. 밥을 먹을 때도, 경치를 볼 때도 평은 천차만별이죠. 그래서 티격태격합니다. 여행지에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는 베스트 포인트? 다 달라요. 그래서 골랐습니다. 내 맘대로 베스트!

이은주: 상상으로만 그리던 극락 풍경을 부석사에서 만났다. 전통 건축과 조경, 그 아름다움의 극치.

박종근: 문화해설사. 아는 만큼 보인다더니 해설사의 설명만큼 더 보이더라.

백성호: 한옥 대청마루에서 올려다본 사각의 밤하늘. 우주를 끌어오는 전통 건축의 깊이에 감동, 또 감동!

이세영: 무섬 외나무 다리. 이만한 사진 포인트가 또 있을까.

이도은: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 역사·지리에 무식한 나도 아는 그 대단한 걸 눈으로 직접 보다니!

김호준: 무섬마을. 외나무 다리, 넓은 개울과 모래밭 … 아이와 함께 꼭 다시 오고 싶다.

이소아: 부석사 산파도와 용구름. 결코 꾸며낸 단어가 아니다. 우리나라는 정말 금수강산이 맞다.

현지에서 건진 팁 팁 팁

영주에선 웬만한 고깃집은 다 맛있어요

블로그·책·기사까지, 여행 정보가 넘친다지만 직접 가보지 않고는 절대 모르는 것들도 많다. 영주에서도 마찬가지. 7명의 기자가 발품 팔아 보고 느낀 팔팔 뛰는 족집게 사항들이 여기 있다. 밑줄 쫙~!

제주 올레길 못잖은 걷기 코스가 영주에도 있다 소백산 둘레길을 말하는데 12자락(코스)으로 나뉜다. 1자락과 3자락은 계곡과 숲 터널이 있어 여름에 제격. 하지만 백미는 11자락길이다. 초반 6㎞의 과수원길(부석사~사그래이)은 5월에 사과꽃이 활짝 피면 봄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 다.

소수서원·부석사에는 전문 해설사가 있다 그냥 보면 감흥 없는 문화재들의 속 얘기를 들려줘 여행의 재미를 더해준다. 성수기에는 예약해야 하지만 행락객이 뜸할 땐 한 명만 와도 이용할 수 있단다.

“서울로 가는 영주산 한우 80% 상위등급 받아요” 영주 한우 맛에 감동한 기자들에게 음식점 사장님이 대수롭잖다는 듯이 말했다. "영주에선 웬만한 고깃집은 다 맛있어요”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경북 축산기술연구소가 영주에 있어요. 그러니 1+ 등급 이상을 받는 마블링 노하우가 남다르죠. 그래서 서울 축협 공판장으로 올라가는 영주산 소 중 80%는 상위 등급을 받아요.”

부석사 조사당 처마 밑에는 나무 하나가 자라고 있다 이름은 ‘골담초(骨擔草)’. 의상 대사가 지팡이로 삼았다는 전설이 내려오는데, 꽃과 가지를 꺾어 가지면 아들은 낳는 데 효험이 있다는 속신으로 수난을 겪자 현재는 철창 속에 갇히게 됐다. 골담초에 대한 전설은 또 있다. 국운이 흥할 때 잎이 나고 꽃이 핀다는 것. 박경희 문화해설사는 “실제 2002년 월드컵 4강 진출 때 골담초가 만개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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