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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부실대기업처리 강공선회 배경과 파장]

중앙일보

입력

정부가 현대건설과 동아건설 등 부실대기업의 처리와 관련 종전의 `유화적' 방식에서 정공법에 의한 `강공'으로 급선회했다.

이같은 기류에따라 30일 채권단회의에서 동아건설의 `퇴출'이 결정된데 이어 현대건설도 정부와 채권단이 질질 끌려가지않고 원칙대로 처리하기로 했다. 채권단은 현대건설에 대해 1차 부도를 냈다.

그동안 시장과 언론은 정부와 채권단이 다른 대기업은 죽여도 현대건설은 살려줄 것이라고 전망해왔으나 대주주를 포함 현대 스스로가 노력하지않을 경우 `퇴출'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31일 국무회의와 4대개혁 추진현황 보고회의에서 개혁은 어떤일이 있어도 후퇴할 수 없다며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장관들이 직접 나서라고 독려했다.

이에따라 금주중 발표될 은행권의 퇴출기업 명단은 당초 예상보다 묵직해질 것으로 보인다. 살릴 것이냐 죽일 것이냐를 놓고 고민하던 대기업에 대해 주채권은행들이 과감한 결정을 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왜 강공 드라이브 택했나=정부는 은행권의 기업판정이 시작될때만해도 현대건설과 동아건설, 쌍용양회 등 이른바 `부실 빅3'에 대해 채권단을 설득해 가급적 살린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이들 대기업은 덩치가 워낙큰데다 벌려놓은 해외사업이나 종사자, 하청업자가 많아 부작용이 만만치않을 것이라는 판단때문이었다. 이들 대기업을 부도낼 경우 주식시장 등 금융시장의 혼란이 적지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작용했다.

그러나 `대마불사(大馬不死)'로 2단계 기업구조조정이 물건너갔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외국인투자자 등 시장 참여자들이 정부의 구조조정 의지를 회의적인 시각으로 바라보자 자세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시장을 안정시키자는 기업판정이 자칫 시장기반을 와해시키는 방향으로 흐를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을 정부가 감지한 것이다.

금융.기업 구조조정 전위대 역할을 하고 있는 금융감독원 현역 국장이 `정현준게이트'에 연루되면서 불거진 개혁의 도덕성 시비는 부실기업 처리와 관련 갈팡질팡하던 정부를 원칙에 충실하게 몰아쳤다.

부실기업처리가 `용두사미'에 그칠 것이라는 시장의 의혹과 개혁의 도덕성시비를 잠재우기 위해서는 특단의 국면전환이 필요했고 이는 동아건설 퇴출과 현대건설 1차부도로 나타났다.

정부 관계자는 이에대해 “더이상 부실기업과 타협하지않고 `스스로 생존능력이 없는 대기업은 정리한다'는 원칙에 충실하겠다는 정부의 단호하고 강력한 메시지로 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대적 부실기업퇴출 예고=정부의 자세변화로 부실판정 대상에 오른 대기업들에게 비상이 걸렸다.

현재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대기업은 물론 그동안 자금난으로 어려움을 겪던 대기업들에 대한 은행의 판정이 한 층 엄격해질 전망이다. 은행들은 주말께 퇴출기업명단을 발표할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주채권은행들에 현대건설을 포함 287개(법정관리.화의기업포함)신용위험평가대상 기업 판정을 정부의 눈치를 보지말고 소신있게 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회생가능 판정이 나는 기업의 경우 주채권은행이 어떤 방식으로 정상화를 시킬 것인지 구체적인 계획을 내도록 해 전망이 없는 기업이 회생대상에 오르는 것을 차단했다.

정부는 특히 현대건설에 대해 자구노력을 게을리하거나 대주주가 구조조정에 성의를 보이지않을 경우 출자전환으로 경영권을 박탈하거나 법정관리에 넣겠다고 강력히 경고했다.

정부 관계자는 현대건설에 1차부도가 났는데도 사실상의 오너인 정몽헌씨는 연락조차 되지않는다며 대주주의 자구노력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와 관련, "`대마불사'의 신화는 대우그룹 붕괴과정에서 이미깨졌다"면서 "나라 경제의 사활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원칙에 따라 처리될 것이며,확실한 개혁을 통해 시장의 신뢰를 얻겠다는 김 대통령의 신념은 확고하다"고 말했다.

부실대기업이 대거 청소될 경우 하청업체의 무더기 도산과 실업자 양산 등이 우려되지만 개혁의 고통과 위험을 극복하지 않고는 우리 경제의 미래가 없다는 것이 정부내의 지배적인 분위기다.(서울=연합뉴스) 김종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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