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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칼럼] ‘아기돼지 삼형제’와 전략적 사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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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면

이솝(Aesop)은 『이솝우화집』의 작자로 알려져 있는 전설적인 인물이다. 안짱다리, 불룩 나온 배, 검고 비할 데 없이 추악한 용모를 가졌다고 알려져 있는 이솝의 생애를 잘 아는 이는 없다. 현재 전해지고 있는 이솝우화들은 이솝 사후(死後)에 사람들이 엮은 것으로 대부분의 내용들은 동물을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삼아 인간의 어리석음을 일깨워 주는 주제를 담고 있다. 우리들에게 친숙한 ‘아기돼지 삼형제’ 역시 이솝선생의 귀한 작품이다.

 ‘아기돼지 삼형제’ 이야기를 현실에 맞게 재구성해 봤다. 천안(天安) 어느 마을에 아기돼지 삼형제가 살고 있었다. 평화롭게 살던 아기돼지 삼형제는 신도시 개발이라는 호재를 만나면서 오랫동안 간직해온 옥토를 정리하고 인적이 드문 시골로 돌아가 새로운 집을 짓고 각자 살기로 했다.

 첫 번째 형은 받은 돈을 마음대로 써버리고 지푸라기로 집을 지었다. 혹자는 정부로부터 철거비용을 보상 받기 위해 비닐로 집을 지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둘째 돼지는 통나무로 오두막집을 지었다. 비교적 합리적인 둘째 돼지는 견고함보다도 외형을 고려해 건축자재를 목재로 선택했다. 그러나 막내돼지는 견고함과 환경친화적인 부분을 고려해 벽돌로 집을 지었다.

 아기돼지 삼형제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미래 환경변화를 고려한 전략적 측면에서의 의사결정(decision making)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일깨워준다. 우화 속에서 나타난 미래의 위험변수는 늑대였다. 아기돼지 삼형제 가운데 막내돼지만이 미래에 닥쳐올 죽음(위험)을 고려해 벽돌로 집을 짓는 치밀함을 보여줬다. 그 결과 늑대라는 태풍의 눈을 만나면서도 죽음(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할 수 있었다. 죽음이란 경쟁기업과의 경쟁에서 패배(敗北) 또는 시장진입(市場進入), 연구개발(R&D) 실패 등으로 이해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죽음(위험)에 직면한 모든 조직의 구성원들은 막내돼지와 같이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생존(survival)을 위해 다양한 형태의 강력한 벽돌을 마련할 수 있는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전략(art of strategy)이란 장기적(長期的)이고 전체적인 전망에 입각해 싸움을 준비하고 계획하고 운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전략은 한 마디로 ‘경쟁에서 이기는 방법’을 말한다. 경쟁무기(competitive weapon)를 준비하는 과정이다. 전략은 누구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위해서 경쟁을 할 것인가에 대한 기업(조직)의 게임플랜으로 우리들이 미래에 나아가야 할 전반적인 방향을 설정해 준다. 미래에 올바른 방향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우리들 사고체계가 종달새와 뜸부기가 지니고 있는 DNA(?)를 소유할 때 가능해질 것이다.

 가장 높게 나는 종달새는 급변하는 미래의 경영환경 변화 트렌드를 재빠르게 인식하고 변화를 추월할 수 있는 대응무기를 준비하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가장 낮게 나는 뜸부기는 현재 자신이 몸담고 있는 조직의 현실을 직시하고 조직의 체형 등을 고려한 바탕 하에 중장기 전략을 수립하고자 하는 것을 의미한다. 모든 조직에서 치밀한 미래의 계획수립이 요구되는 까닭은 과거의 경영환경은 예측 가능했지만 오늘날은 미래의 환경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막내돼지가 죽음(위험)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전략적 마인드를 소유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쉼 없는 학습(Learning)과정을 통해 미래를 바라볼 수 있는 눈과 귀를 소유했기 때문이다. 막내돼지의 전략마인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왜냐하면 지금 이순간에도 늑대와 유사한 다양한 종(種)이 우리를 위협하기 때문이다. 새로움으로 출발하는 3월이다. 우리들 앞에 놓여있는 늑대의 위험을 통제할 수 있는 견고한 담장과 친환경적인 미래의 벽돌(?)을 준비하는 지혜로운 막내돼지가 되도록 노력해 보는 건 어떨까.

나사렛대 산학협력단 이재범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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