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 양도차익 과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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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품 양도차익에 대한 종합소득세 부과시기가 내년 초로 다가옴에따라 미술계가 또 다시 저지에 나섰다.

미술품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는 1990년에 처음 법제화된 이래 93, 96, 98년에 이르기 까지 4차례 시행을 유보했었다. "미술품 거래시장이 크게 위축된다"는 미술계의 거듭된 반발과 로비 때문이었다.

미술품 거래는 90년에는 양도소득세의 부과대상이었으나 1995년에 개정된 현행 소득세법 20조 2항은 '대통령령이 정하는 서화.골동품의 양도로 인하여 발생하는 소득'을 일시재산소득으로 분류해 종합소득세의 적용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부칙에서 서화·골동품에 대한 과세는 2001년 1월1일부터 시행하도록 했다.

내년초부터는 개인이 서화·골동품을 소장하고 있다가 2천만원 이상의 가격에 팔 경우, 당초 구입가를 넘는 액수(양도차익)를 종합소득에 포함시켜 세금을 내야한다. 종합소득세율은 10~40%의 누진율이 적용된다.

예컨대 미술품 양도차익을 포함한 모든 소득을 합산한 과표가 1억원이라면 2천7백만원, 과표가 1천만원 이라면 1백만원의 종합소득세를 내게된다.

미술관련 단체들은 "이렇게 되면 외환위기 이후 가뜩이나 위축된 미술시장이 고사하게 된다"며 강력히 반발, 총력 저지에 나섰다.

화랑협회는 지난 9월 청와대·문화관광부·재정경제원 등에 미술품 양도차익 과세의 부당성을 알리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또 한국미술협회·화랑협회·한국전업미술가협회·한국미술평론가 협회 등 4개단체는 지난 18일 공동성명을 발표, "서화 및 골동품에 대한 임시 재산소득 과세제도는 미술문화 발전을 저해하는 중대한 악법"이라고 규정하고 철폐를 요구했다.

성명은 "거래 관행상 미술품의 매입시점이나 매입가격이 불분명한 상태이므로 이 제도의 시행이 어렵다"고 전제하고 "수요자들의 매매행위가 크게 위축되고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유치해야할 명작들이 은폐됨으로써 미술 발전을 크게 저해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고미술협회는 이번 주말부터 종합소득세법 철폐를 위한 1백만명 서명운동을 벌일 계획이다.

화랑협회를 비롯한 미술단체들은 이번 임시국회에서 의원입법을 통해 소득세법 20조2항을 폐지하기 위해 여야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로비를 벌이고 있다.

미술관계자들은 "개인간 미술품 거래는 사실 자체를 확인하기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결국 미신고·탈세로 끝나게 마련"이라고 지적하고 "신고를 하지 않으면 범법자가 되고 사실대로 신고하면 재산형성 과정 추적 등이 겁나는 상황에서 부유층이 미술품을 소장하려 하겠느냐"고 우려하고 있다.

이에 대해 재경부는 "조세 형평성 차원에서 당연히 과세해야 한다"는 단호한 입장이다. 주영섭 종합소득세과장은 "고가의 서화.골동품을 소장한 부유층이 매매차익을 봤으면 세금을 내는 것은 당연하다"고 지적하고 "10년간이나 시행을 연기해왔기 때문에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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