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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멀티태스킹 잘 하면 유능? 실수 확률 커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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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우리는 왜 실수를 하는가
조지프 핼리넌 지음
김광수 옮김, 문학동네
356쪽, 1만3800원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실수가 인간의 신체적·심리적 구조 탓임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지은이는 의료과실을 파헤친 탐사보도로 퓰리처상을 받았던 미국의 저널리스트. 그는 시야의 한계, 부분으로 전체 판단하기, 과대평가, 무모함 등 13가지 원인을 제시하는데 눈길을 끄는 사유는 멀티태스킹에 관한 오해.

 마이애미 공항에 착륙하려던 조종사가 랜딩 기어를 작동시켰는데 지시등이 켜지지 않더란다. 놀란 조종사는 일단 비행기의 고도를 다시 높인 뒤 상공을 선회하며 원인 찾기에 나섰다. 부조종사·항법사에 마침 동승했던 보잉사 엔지니어까지 모여 논의를 하던 차에 비행기 고도는 점점 낮아졌다. 모두 원인분석에 몰두하느라 비행기를 조종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고는 뒤늦게 이를 알아챈 조종사의 “대체 어떻게 돼가고 있는 거야!”란 외침을 마지막으로 비행기가 추락해 99명이 숨졌다.

인간은 실수를 잘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다이어트 광고도 한 사례다. 스포츠 스타를 앞세운 광고를 보면서 대부분은 자신이 ‘실패한 부류’에 속하지 않으리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지은이는 이 어처구니 없는 실화를 들며 멀티태스킹은 ‘신화’라고 단언한다. 인간은 걸으면서 껌을 씹는 정도의, 오랜 연습을 거쳐 무의식적으로 할 수 있는 일 말고는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을 처리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멀티태스킹이란 용어 자체가 동시에 두 가지 이상의 프로세스를 처리하는 컴퓨터 기술에서 온 말이지만, 실제 컴퓨터 역시 1초에 수천 번씩 여러 프로세스를 오가며 처리하기에 ‘동시’에 하는 것처럼 보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뿐만 아니다. 그에 따르면 일을 바꾸는 과정에서 ‘해야 할 일 목록’을 기억하는 ‘가동 기억’을 망각하는 비율이 40%까지 이른다는 것이다. 또 원래의 일에 다시 집중하기 위해 약 15분이 걸린다며 ‘멀티태스킹’은 생각보다 효율이 낮고 위험한 업무처리 방식이라 주장한다.

 진단이 있으면 당연히 처방도 따르겠다. 무엇보다 지은이는 실수에서 제대로 배우기를 권장한다. 미국 민간항공업계에서 치명적 비행기사고는 지난 10년 사이에 65%나 줄었다. 반면 시체부검 사례를 토대한 미국 의학계의 오진사망률은 20% 정도인데 1930년 이래 거의 낮아지지 않았다. 지은이는 “하급자가 상급자의 판단에 의문을 제기한다면 받아들이겠는가”란 질문에 조종사의 97%는 긍정적 답변을 한 반면 의사들의 찬성은 55%에 그쳤다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고 꼬집는다. 무언가 잘못 됐을 때 맨 마지막으로 관련된 사람을 비난하고 책임을 묻는 ‘아래로 보는’ 경향을 보여서는 실수에서 배울 수 없다는 것이다.

 1초 이내에 후보의 얼굴만 보고 능력을 판단해 투표를 한다든가(부분을 보고 전체를 판단한다), 1순위 후보가 3% 정도 더 많은 표를 얻는다(앵커링 효과) 등 4월 총선을 앞둔 정치인들이 활용할 만한 전략, 유권자들이 유의해야 할 사항은 덤이다.

김성희(북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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